163명 탄 여객선, 안개속 암초에 ‘쿵’… 90분 구조대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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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해상서 바위에 올라타
해경-어선들 힘모아 승객 옮겨… 청와대선 즉시 위기관리센터 가동
23명 경상… 사망자 없이 전원 구조

승객과 승무원 163명을 태운 여객선이 25일 전남 흑산도 앞바다에서 좌초됐다. 다행히 탑승자 전원은 구조됐고 승객 23명이 좌초 충격으로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당시 흑산도 해역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있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전남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7분경 신안군 흑산도 북동쪽 약 30m 지점에서 쾌속 여객선 핑크돌핀호(223t급)가 좌초됐다. 여객선은 앞부분이 암초와 부딪친 뒤 타고 올라갔다. 선체의 절반 가까이가 흘수선(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선)을 드러낼 정도였다. 한 승객은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배가 흔들리며 승객들이 우르르 넘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잠을 자고 있던 승객들은 머리 등을 앞 의자에 부딪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 23명은 가벼운 부상으로 응급조치를 받았고 1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목포와 흑산도를 정기 운항하는 핑크돌핀호는 이날 오후 3시경 홍도 관광을 마친 관광객 등 승객 158명과 선원 5명을 태우고 흑산항을 출발해 목포로 향하던 중이었다. 핑크돌핀호 승무원 등에 따르면 좌초 직후 대부분의 승객은 안내 방송에 따라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먼저 구명조끼를 착용한 승객들이 착용법을 모르는 승객들을 돕기도 했다.

사고 발생 3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목포해경 흑산파출소 고속단정은 부상자를 이송했다. 이로부터 10여 분 뒤 도착한 경비함이 승객들을 다른 민간 여객선으로 대피시켰다. 근처에 있던 어민들이 어선을 몰고 와서 해경과 함께 구조 작업을 도왔다. 오후 5시 14분경 모든 탑승자 구조가 완료됐다.


해경은 사고 당시 해상에 짙은 안개가 끼어 시야가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선원은 “어선을 피하려다가 바위에 걸렸다. 선체에 1cm 크기의 구멍이 뚫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선장과 조타수 등의 음주 측정을 했지만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해경은 핑크돌핀호를 목포항으로 예인한 뒤 선장과 선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청와대는 사고 직후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즉각 상황을 보고했으며 국가위기관리센터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중 관련 보고를 여러 차례 받고 상황 해결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이형주 peneye09@donga.com / 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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