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신생아 구조’는 자작극, “아이와 힘내서 살길” vs “철 없는 행동, 벌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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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31일 08시 50분


한파 속 신생아 구조 자작극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여대생이 영하 6.8도의 한파 속에서 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신생아를 구조했다고 신고한 사건이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30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경 여대생 A 씨(25)의 형부가 “누군가 집 앞에 신생아를 유기했다”고 신고했다. A 씨는 경찰에서 “배가 아파 잠에서 깼는데 현관문 밖 복도에서 칭얼대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뒤에도 같은 소리가 계속 나 문을 열어 보니 맨몸의 갓난아기(여)가 울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생아 몸에는 30∼40cm 길이의 탯줄이 달려 있었다. 당시 광주 기온은 영하 6.8도. 경찰은 아기가 버려진 직후 A 씨가 발견한 것으로 추정했다. 몸을 감쌀 아무것도 없이 버려져 10분 이상 흘렀다면 저체온증으로 숨졌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경찰은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지만, 이날 0시부터 5시간 동안 남자 서너 명만 출입했다. 아파트 복도에 있었다는 핏자국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 가족을 추궁한 끝에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이날 언니 집을 방문, 언니와 형부 몰래 이날 새벽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았다. 이어 아파트 복도에서 누군가 유기한 아기를 구조한 것처럼 속여 형부에게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신생아 유기신고를 접수하고 신생아의 엄마를 찾기 위해 89가구 아파트 전 세대를 탐문했다. 그러면서 A 씨의 수상한 행동과 증거를 놓치지 않고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는 말로 A 씨의 자백을 끌어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부모에게 들킬까 두렵고 혼자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남의 아이를 구한 것처럼 꾸며 양육을 포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에게 “딸을 데려와 키울 수 있느냐”고 묻고 “다시 딸을 데려와 직접 키우겠다”고 양육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아기를 낳고 겁이 나서 거짓말한 것이 허위 신고로 이어진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신고를 당사자가 아닌 가족이 했기 때문에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A 씨의 행동에 경악과 질타를 쏟아내면서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누리꾼들은 “욕이 나오다가도 그 난감한 상황을 겪었을 걸 생각하니 가엽기도 하고 어리석음에 혀를 내두르겠다. 이 와중에 추운데서 고생한 갓난 아기는 앞으로 인생 어쩌냐(good****)”, “어리석기는 했지만, 그래도 추운데 아기 죽으라고 추운 날씨에 내놓은 게 아니라 신고하게 한 거보면 모질은 사람은 아닌 거 같다(bang****)”, “임신기간 동안도 외롭고 힘들었을 거고. 미숙한 행동이지만 그냥 밖에 놔두지 않고 본인 제외 입양을 위한 잔머리지만 그런 행동도 일말의 양심에 애는 살리겠다는 의지일 테지. 아기는 둘이 만들어서 세상에 나왔지만 감정있고 인생이 있는 사람이니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길(qkoo****)”, “애는 물건이 아니야. 돈 나가는 빚도 아니고. 그나마 다행이다. 잘 키운다고. 선이 이겨서. 애비는 모하는 새끼길래(secu****)”라고 혀를 차면서도 안타까워 했다.

몇몇은 “임신기간 열달 내내 행복한 생각만 해도 모자랄 텐데. 그동안 생명을 품고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 함께 사랑하고 누군가는 떠나고. 사랑은 책임질 수 있을 때 해야한다. 남자도 여자도(sinw****)”, “포기하지 마세요. 이유가 어찌됐든 생명에 대한 책임은 꼭 지시고, 아이에게 원망은 하지 마시길요. 나보다 힘든 사람 생각하며 어려운 상황이 와도 이번처럼 모진 행동 안하시길 기원합니다(idae****)”, “아기도 아기엄마도 힘내서 같이 사시길(gkwn****)”,“제발 잘 키웠으면 좋겠다. 저 아이가 속박과 구속이 아닌 새 희망으로 저 여대생에게 펼쳐졌음 한다(kkyg****)”라고 A 씨를 다독였다.

아이의 아빠를 비난하는 의견도 쏟아졌다. 이들은 “애 아빠는 누구야? 왜 책임 안지고, 애엄마 혼자 힘들게 하니? 여자랑 자고 싶고, 임신한 여자친구는 책임 안지니? 이래서 성교육이 중요한 것이야. 하룻밤 즐기면 얼마나 큰 일이 벌어지는지 교육해야 해(jshb****)”, “오늘도 출산 여성만 욕 된캉 먹네. 씨뿌린 놈아 너는 두 목숨 버린겨(art_****)”, “애를 여자 혼자 만드냐?(daso****)”라고 분개했다.

하지만 일부는 A 씨의 행동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왜 옹호하는지 이해가 안되네(k2so****)”, “자작극도 좋지만 한파속 신생아 알몸은 죽으라고 놔둔 거다! 철없는 행동으로. 쯧쯧(pck1****)”, “어차피 한번 버린 자식인데. 올바르게 키우겠냐? 차라리 아무것도 모를 시기에 바른 가정으로 보내서 아이라도 올바르게 자라도록 하는게 낫다. 사기칠 게 없어서 자식 가지고 사기치냐?(horu****)”, “벌은 줘야할 거 아냐!! 장난하냐?!! 도대체 법을 왜 만든 거야? 그따위로 할거면 법 자체를 없애라!!(zxcv****)”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누리꾼은 “정신적으로 애도 아니고 책임감 있는 어른도 아닌 시기죠. 과오가 있더라도 좋은 쪽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해야 뉘우치고 고치며 살겠죠. 진짜 방치해서 죽게 둔 건 아니니 다행이잖아요. 글 읽다보면 살면서 실수나 죄 한 번 안짓고 사신 것처럼 말하는 분들 간혹 있는데 눈 감고 손 얹고 되돌아보면 생각날 겁니다(znm0****)”라고 꼬집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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