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중생 실종 다음날까지 생존… 경찰 120m옆 지나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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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수면제 먹인 당일 아닌 하루 뒤 살해 드러나

현장검증서 시신유기 태연하게 재연 11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 ‘어금니 아빠’ 이모 씨(35)의 자택에서
 진행된 현장 검증에서 이 씨가 딸의 친구인 여중생 김모 양(14)을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은 뒤 차량에 싣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현장검증서 시신유기 태연하게 재연 11일 서울 중랑구 망우동 ‘어금니 아빠’ 이모 씨(35)의 자택에서 진행된 현장 검증에서 이 씨가 딸의 친구인 여중생 김모 양(14)을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은 뒤 차량에 싣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어금니 아빠’ 이모 씨(35)에게 살해된 김모 양(14)이 실종신고 후 12시간 넘게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양이 살아 있을 당시 경찰은 이 씨 집에서 불과 120m 떨어진 곳 주변까지 탐문했지만 이 씨의 집까지 확인하진 못했다.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수색했다면 김 양을 살릴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김 양이 1일 오전 11시 53분에서 오후 1시 44분 사이 살해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10일 밝혔다. 당초 김 양이 살해된 시점은 지난달 30일 오후 3시 40분에서 오후 7시 46분 사이로 추정됐다. 이 씨의 딸 이모 양(14)의 진술이 근거였다. 그러나 이 씨는 추가 조사에서 “1일 오전 11시 53분 딸을 집 밖으로 내보낸 뒤 김 양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김 양의 어머니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20분 “딸이 친구를 만나고 멀티방에 간다고 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결과적으로 김 양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적어도 12시간 있었던 셈이다.

경찰은 신고 접수 후 김 양 가족의 동의를 받아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했다. 하지만 김 양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는 서울 중랑구 망우사거리. 경찰은 1일 새벽까지 2, 3시간가량 주변을 수색했다. 하지만 김 양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망우사거리에서 직선으로 120m 거리에 있는 이 씨의 집에 김 양이 갇혀 있었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다음 날도 서두르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야간 근무로 밤을 새웠기 때문에 오전에 쉬고 오후 4시경부터 김 양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뒤져봤다”고 말했다. 경찰은 1일 오후 9시가 돼서야 김 양 어머니에게 연락해 “딸이 이 양 집에 갔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도 하루가 더 지난 2일 오전 11시에야 경찰은 이 씨의 집을 찾아갔다. 인기척이 없어 다시 돌아간 경찰은 이날 오후 9시에야 집에 있던 이 씨의 형을 설득해 집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때는 이 씨 부녀가 김 양의 시신을 이미 강원 영월군의 야산에 유기한 뒤였다.

김 양 가족들은 실종신고 당일인 지난달 30일 동네 곳곳에서 김 양을 찾아 헤맸다. 한 주민은 “김 양의 어머니가 ‘딸이 가출할 애가 절대 아닌데 이상하다’며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고 전했다. 김 양의 친구는 “너무 착하고 순한 성격이라 연락 없이 집에 안 들어올 아이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양의 어머니가 실종신고 후 이 양에게 전화해 딸의 행방을 물었을 때 이 양은 “모른다. 저 위로 올라간 것 같다”며 거짓말을 했다.

이 씨는 10일 오전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김 양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딸과 함께 잠든 김 양을 옮기는 모습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이 씨는 김 양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하며 장롱에서 끈 모양의 의류를 꺼내 목을 졸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양은 김 양이 수면제를 먹고 안방에서 잠들어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버지 이 씨에게 김 양의 상태를 전혀 묻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안방에서 이 씨와 김 양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기 싫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경찰은 “이 씨가 일부 언급한 내용이 있지만 도저히 신뢰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어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 씨가 자신의 온라인 대용량 저장공간에 성관계 동영상을 다수 보관하고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지난달 6일 투신자살한 아내 최모 씨(32)의 성관계 모습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인터넷에서 1인 성인 마사지숍을 운영했다는 흔적도 새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가 최 씨를 이용해 성매매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권기범 kaki@donga.com·김예윤·구특교 기자
#어금니 아빠#살인사건#수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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