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代 범죄, 소년법 폐지보다 교화기간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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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보호재판 8년째 맡은
‘호통 판사’ 천종호 부장판사

부산, 강원 강릉 등지에서 10대 여학생들의 집단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26기·사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비행청소년의 대부(代父)’로 불리며 가해 청소년에 대한 교화와 범죄 예방에 힘써온 천 판사에게 일련의 사건은 충격적이다.

“그동안 1만 건 넘게 소년범죄 사건을 처리하며 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폭행 장면이 외부로 생생하게 전달된 경우는 없었기에 더욱 충격적이고 참담합니다.”

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천 판사는 이 사건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소년법 폐지 등 강한 법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해는 되지만 인격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의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통 판사가 1년 정도 맡는다는 소년보호재판을 8년째 맡고 있는 천 판사는 ‘호통 판사’라는 별명이 있다. 법정에서 반성하지 않는 소년범과 책임감을 보이지 않는 그 부모를 호되게 꾸짖고 엄한 처벌을 내린다는 게 알려져서다. 그러나 법정 밖에서는 청소년회복센터 건립에 앞장서는 등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재범(再犯)의 굴레를 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천 판사는 미성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단호히 반대했다. 그는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것은 죄를 지은 청소년을 성인처럼 취급하자는 얘기”라며 “이는 민법이나 선거법 등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청소년의 권리를 제약하는 부분과 충돌된다”고 법리적인 이유를 댔다. 이어 “당장 소년법이 사라지면 (미성년자 형사처벌 연령기준인)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할 수 없게 돼 결국 형법도 개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다만 소년보호재판에서 내릴 수 있는 보호처분 기간의 상한은 높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천 판사는 “우리나라는 최장 2년까지만 소년원에 둘 수 있다. 그러나 교화될 시간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일본은 기한을 별도로 두지 않고, 교정이 됐다는 판단이 들 때까지 소년원에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관찰관 인력도 늘리고 일반학교에서 교육하기 어려운 학생을 한데 모아 가르치는 위탁교육시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가정 해체에 따라 늘어나는 청소년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들의 가해자 대부분도 한 번 이상 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2010년 그는 경남 창원에 청소년회복센터를 세웠다. 단순절도 등을 범해 소년법에서 가장 가벼운 처벌인 ‘1호 보호처분’을 받고 가정으로 돌아갔지만 열악한 환경 탓에 다시 비행을 저지르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만들었다. 현재 전국에 19곳이 있다. 그러나 예산 대부분을 민간 후원에 의존하고 있어 사정이 열악하다. 지난해 청소년복지지원법이 개정돼 지원받을 근거가 마련됐지만 아직 예산은 책정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천 판사는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명심해야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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