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졸속 정책이 결국 학교의 대혼란을 예고했다. 절대평가 도입에 사활을 걸었던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갑자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발표를 1년 유예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고도 여론 수렴을 위해서라는 변명을 내놨다. 현재 중학교 3학년생은 내신용 수업 공부와 수능용 시험 공부를 따로 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능 개편 방안에 대해 이해와 입장의 차이가 첨예해 국민적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최종적으로 개편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내년 고교 1학년생부터 새로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능 개편을 준비해 왔다. 지난달 1안(4과목 절대평가)과 2안(7개 전 과목 절대평가) 시안을 내놓았던 교육부는 이날 확정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여당과 여론의 반발이 이어지자 태도를 바꿨다.
이에 따라 현재 중학교 3학년생은 고교에 진학하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신설되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배우지만 수능에선 이 과목의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그 대신 기존 수능의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 중 최대 2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보게 된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새 교육과정 적용 첫해부터 개정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학교 수업 부실, 학습 부담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일 만에 교육부가 갑작스레 방침을 바꾼 데는 여당의 강력한 반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워크숍에서 “수능 개편안을 잘못 밀어붙이면 내년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들이 제기되자, 지난달 28일 비공개 당정회의에서 교육부에 확정안 발표를 내년 6월 지방선거 및 교육감 선거 이후로 미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2개 시안을 모두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수능 개편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내년 8월까지 새로운 교육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주체가 참여하는 ‘대입정책포럼’(가칭)을 구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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