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2 “고입-대입 모두 개편 날벼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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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개편 1년 유예 반응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1년 뒤에 확정하기로 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표 내용만 보면 단순한 ‘유예’로 들리지만 해당 학생과 학부모는 2중, 3중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1년 유예 방침의 적용을 받게 되는 현 중학 2학년의 공포감은 더하다. 현 중학교 3학년이 떠안게 될 문제점에 더해 정부가 어떤 수능 개편안을 만들어 적용할지 모른 채 새 제도의 첫 번째 수험생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31일 새로운 수능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밝혔던 1안(4과목 절대평가) 또는 2안(7개 전 과목 절대평가)가 아닌 전혀 다른 내용의 제3의 안이 나올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중2 자녀를 둔 주부 김모 씨(44·경기 고양시)는 “지금 윤곽이 나와도 내년 어느 고교 입시를 준비해야 하나 고민해야 하는데 내년에 발표하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처럼 수능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대학에서 고교 내신 반영 비율을 높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외국어고나 자율형사립고보다 일반고 진학이 훨씬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3 부모의 불만은 태평양 파도보다 높다. 학부모 서모 씨(49)는 “현행 대입제도로 한다지만 그 이듬해에 큰 변화가 생기면 반수나 재수는 꿈도 꾸지 못할 테고 결국 엄청난 눈치작전과 하향 지원 때문에 지금 중3 학생만 대학입시에서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중2, 중3 연년생 남매를 둔 한모 씨(47)는 “중2는 연습 없는 실전으로 새로운 수능을 치러야 하고, 중3은 수능을 망쳐도 재수는 못 할 것 같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현재 중3 학부모들은 이처럼 ‘폭탄’을 맞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수능이란 제도가 도입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안정화되지 않고 계속 바뀌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중3 자녀를 둔 직장인 차모 씨(42·인천 연수구)는 “사실 바뀔 때마다 학부모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너무 힘들다”며 “더구나 바뀐 제도를 처음으로 하게 되면 시행착오도 많고 그 과정에서 우리 아이가 대학에 못 가고 재수를 하게 되는 등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도대체 이 나라 교육제도가 제대로 된 거냐”고 거칠게 토로했다.

이 같은 잦은 제도 변경이나 개편 유예 등으로 인해 국내 학원 등 사교육 활성화만 더욱 부채질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사실 제도가 바뀌어서 현재 중3이 3년 뒤 바뀌는 제도로 대학에 가야 해도 현재 중학교에서는 잘 설명을 안 해준다”며 “정보가 없다 보니 결국 학원을 기웃거리게 되고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 정부는 매번 사교육 문제를 지적하는데, 입시제도부터 안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학원가에선 일단 중3의 경우 내신용과 수능용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반기면서도 자체 역량으로 이런 교육을 잘 준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원장 정모 씨는 “늘 내신과 수능 두 가지를 잡게 해준다고 했는데 이번엔 처음 접해 보는 상황이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자신들이 가르치는 중학생이 졸업한 이후 상황이기 때문에 큰 동요가 없다는 것. 경기도의 A중학교 교장은 “서울 강남 등 교육열이 높은 곳의 학부모들이야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그 외 지역 학부모나 교사들은 어차피 중학생들이 졸업한 후 고등학교 일이라 그다지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오늘 결정을 보고 ‘그렇구나’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서울 지역 중학교의 한 교사는 “유예 조치가 피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피해를 받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시간을 번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며 “모든 사람이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쪽으로 개편하자는 취지로 이해한다. 향후 논의도 그런 방향으로 해줬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학부모에게도 그렇게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윤종 기자
#수능#고입#대입#중2#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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