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형 받을듯” 변론에… 金양, 변호인 손 덥석잡아 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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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초등생 살해 소녀 첫 공판

“성인에게 가장 무거운 처벌은 사형이다. 제 피고인에겐 미성년자 최고형(징역 20년)이 선고될 거 같다. 변호인이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자괴감이 든다.”

4일 인천 초등학생 살해범 김모 양(17·구속 기소)의 첫 재판에서 김 양의 변호인은 재판부 앞에서 이렇게 속내를 털어놨다. 모든 걸 체념한 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다. 순간 연녹색 수의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김 양은 오른편에 앉아 있던 변호인의 왼쪽 손을 덥석 잡았다. 변론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의사 표시였다. 김 양의 변호인이 또다시 “여론이 너무 악화돼 20년형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하자 재판장은 “그런 얘기 하지 마시라”며 변론을 제지했다.

인천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허준서)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김 양의 변호인은 범행 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 김 양은 3월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A 양(8)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양은 피해 아동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한 혐의를 경찰 조사에서 부인했지만 이날 법정에서 처음 인정했다. 다만 “치밀한 계획에 의한 준비된 범죄”라는 검찰 판단에 변호인은 “심신미약에 따른 우발적 범죄”라며 반박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검찰이 준비한 각종 증거서류가 대거 공개됐다. 잔혹한 범행 현장 사진이 대형 모니터에 공개될 때마다 법정 곳곳에서 ‘헉’ 하는 소리와 함께 흐느낌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 양은 두 손을 모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표정에도 변화가 없었다. 법정에선 범행 전인 지난해 김 양이 정신과 의사와 나눈 상담 내용도 공개됐다.

“고양이 목을 졸라매야겠다.” “도덕 선생님과 토론을 한 적이 있는데 선생님은 나에게 ‘네가 무섭다. 보통 학생들은 가질 수 없는 생각을 한다’는 말을 했다.”

자신의 발언이 공개되자 김 양은 한때 고개를 푹 숙였다. 김 양이 검거된 뒤 범죄 심리 전문가와 면담한 내용도 재판부에 제시됐다. 심리 전문가는 김 양 측의 ‘심신미약’ 주장을 부인하며 “김 양은 성격이 강하고 양심 발달이 미흡하며, 충동적 성향과 함께 치밀함과 집중력을 갖고 있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김 양의 변호인도 “김 양에게 다중 인격 증세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심신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어떤 정신병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물러섰다.

김 양의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김 양이 피해 아동을 살해한 뒤 아파트 옥상에 시신을 유기한 경위 등 여러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김 양이 중학생 시절 힘든 일이 있으면 곧잘 마음이 편해지는 곳을 찾아 아파트 옥상 물탱크 옆에서 숨어있었다고 한다. 피해 아동을 살해한 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자기한테 가장 편한 장소에 시신을 갖다놓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양의 다음 재판은 12일 열린다. 이날 증인 신문 후 검찰은 구형을 할 예정이다.

인천=차준호 run-juno@donga.com / 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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