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실 5곳에 사비로 에어컨 설치”…할아버지 사연 ‘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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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6월 28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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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사진=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최근 아파트 입주민 일부가 ‘수명이 줄어든다’ 등의 이유로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해 구설에 오른 가운데 사비로 경비실 5곳에 에어컨을 설치해 준 할아버지의 사연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당사자는 서울 성북구 석관동 코오롱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윤중 할아버지(80).

그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파트 경비실 5곳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한 160만 원을 (관리사무소에)줬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 세요’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아파트 하나 가지고 있는데 무슨 부자인가”라며 “몸이 안 좋았던 집사람이 살아있을 때 산책을 하면, 경비원들이 음료수도 주고 빵도 주고 휠체어도 끌어주고. 그런 식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전부터) 내가 (경비원들에게) 대화를 많이 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김 할아버지는 “(집사람이 죽은 후) 장례식을 다 찾아왔더라. 부조하고 조문하고. 그래서 감격을 받았다”며 “(경비원들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참 서운하다, 형님이 참 외롭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라며 경비원들이 평소 살뜰하게 챙겨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례를 끝나고 나니까 내가 쓸쓸하고 허전하지 않겠나. 그래서 (경비원들이) 자기가 쉬는 날에는 전화해서 나오라고 해서 놀러도 다녔다. 근무하는 날에는 인터폰으로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후 김 할아버지는 경비원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에어컨을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작년에도 덥고 올해도 엄청 덥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경비원들에게) 길게 남는 걸 하나 (선물)해야 되겠구나 싶더라”라며 “그래서 에어컨을 달아주면 어떨까 생각해서 우리 집사람 병원비 남은 통장을 털어서 봉투째 내가 (아파트) 사무실에 갖다주고 알아서 해라, 나는 그렇게만 전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당시 경비원들은 ‘참 그런 사람이 없다’고 김 할아버지를 칭찬했다고 전해졌다. 또 해당 사실은 전날 언론을 통해 전해져 김 할아버지는 ‘에어컨 할아버지’로 불리며 많은 누리꾼들의 극찬을 받고 있다. 그는 “사실 이렇게 (보도가) 나갈 줄 몰랐다. 정말로 이걸 소장하고 회장님한테 누가 해줬다고 이야기하지 말고 비밀로 (에어컨 설치를) 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 할아버지는 다른 아파트에서 ‘관리비가 많이 올라간다. 공기가 오염된다. 주민들의 수명이 단축된다’는 이유만으로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했다는 보도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그거는 정말 너무한 거다. 전기세 조금 더 나간다고 이렇게 막말을 하면 안 된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라고 질타했다.

끝으로 그는 “아무리 지금 우리 살기가 각박해도 좀 넓은 마음으로 (경비원들에게 다가가자). 그렇게 함으로써 경비들이 주민한테 더 다가가구나 하는 마음을 좀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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