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이상옥]고령자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나는 오랫동안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의 필요성을 신봉해 왔다. 반생 동안 내 필요에 따라 자진해서 보험에 가입해 왔고 일상생활 때나 해외 체류 시에 늘 그 증빙 카드를 챙겨 들고 다녔다. 나이가 들어선 보장성이 높은 상해보험에 가입해 오랫동안 매월 일정액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다. 그간 나는 보험금을 수령하는 혜택을 한 번도 누린 적이 없지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커다란 혜택이라 믿으며 만족하고 있었다.

나이가 75세가 넘으니까 상담사는 더 이상의 보험 가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해 왔다. 나는 늙은이라고 해서 보험에서 내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고, 담당자는 내가 오래된 고객이므로 특별히 배려한다면서 3년을 더 연장해 주었다. 그렇게 해서 구걸하다시피 계속된 상해보험이 내 나이 여든이 되자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그 후에는 이렇게 보험 없이 살아도 괜찮을까 늘 걱정하면서 살고 있다. 해외에 나갈 때면 여행자보험에라도 가입하기 위해 공항의 보험회사 점포를 기웃거리지만 점포마다 고령을 이유로 퇴짜를 놓는다. 그래서 해외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혹시나 불상사가 닥치게 되면 어쩌나 늘 불안에 떤다. 한 대형 보험회사의 간부에게 이 문제를 제기해 보았더니 고령자는 ‘매우 큰 위험률’ 때문에 보험의 상부상조 구조에서 부득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답이 왔다. 영리를 추구하는 보험회사가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위험률이 높은 연령대의 사람들에게는 그 위험률에 비례하여 인상된 보험료를 부담하게 해서라도 보험에 가입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

고령자들을 상해보험 대상에서 배제하여 보험의 사각지대에서 살게 한다면, 이는 고령자의 개별적 복지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정의의 차원에서도 마땅히 문제시되어야 한다. 보험회사나 정부의 관계 부처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고 시급히 해결의 길을 찾아주면 좋겠다.

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
#보험#고령자 보험#보험 가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