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6·10항쟁展을 6·29 즈음 열다니…

  • 동아일보

역사박물관 뒤늦은 30주년展 논란
학계 “6·29가 6월항쟁 본질인가”
박물관 “軍 유해발굴展 탓 늦어져” 국방부 “우리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6월 항쟁의 본질이 6·29선언?’

국립 근현대사 박물관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6월이 거의 다 지나간 26일에야 6월 항쟁 30주년 기념 특별 전시를 시작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시는 6월 항쟁 전시임에도 이달 중 닷새밖에 열리지 않는 데다, 6월 항쟁의 시작을 알린 ‘6·10국민대회’가 아니라 군사정부의 정치적 양보인 ‘6·29선언’ 30주년을 사흘 앞두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6월 항쟁 본전시가 아니라 관련 학술대회가 9일 개최된다.

4일 낮까지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홈페이지 등에는 6월 항쟁 전시를 연다는 공지가 없었다. 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26일부터 9월 3일까지 ‘민(民)이 주인 되다’라는 제목의 6월 항쟁 기념전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사를 전공한 한 교수는 “1987년 6월 항쟁은 10일부터 29일까지 벌어졌지만 학계나 정부 모두 국민적 항쟁의 시작일인 10일을 기념해 왔는데 다른 해도 아니고 30주년에 때맞춰 전시를 열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박물관 측이 항쟁의 결과로 집권자가 양보한 6·29선언을 6월 항쟁의 본질로 보고 있다면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역사박물관 측은 이런 비판에 대해 국방부와 공동으로 11일까지 여는 ‘유해발굴감식단 전시’를 들며 국방부 탓을 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원래 6월 항쟁 전시를 이달 초부터 시작하려 했는데 국방부가 ‘6월 초까지는 유해발굴감식단 전시를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며 “사실 거부를 많이 했는데 국방부가 강하게 요구해서 뒤로 밀렸다”고 말했다. 11일 ‘유해발굴…’ 전시가 끝난 뒤 전시물을 해체하고 새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6월 항쟁 전시는 이달 말에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 측의 해명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국방부는 유해발굴 사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접근성이 좋은 역사박물관 전시를 추진했다”며 “박물관 측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합의해 전시를 기획한 것이고, 국방부가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6월 항쟁 전시에 국방부 탓을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역사박물관의 관람객 수가 2015년을 기점으로 이전보다 20∼30%가량 급감한 것으로 드러나 박물관 측의 기획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물관은 2012년 12월 개관했으며 관람객 수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약 105만, 115만 명이었지만 2015년과 2016년에는 81만여 명씩으로 줄었다. 박물관 측은 “2015년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로 관람객이 줄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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