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우린 극보수라며 블랙리스트 강행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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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前장관 법정서 증언 “지원 배제 문제점 보고하자 묵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묵살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구속 기소)과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53·구속 기소) 등의 재판에서 김 전 장관은 증인으로 나서 그 같은 사정을 공개했다.

김 전 장관은 2014년 10월 20일 김 전 실장 공관으로 찾아가 ‘건전 콘텐츠 활성화 태스크포스(TF)’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해당 TF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문화계 인사나 단체를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해 청와대 지시로 문체부가 급조한 조직이었다. 김 전 장관은 “김 전 실장은 보고를 받은 뒤 매우 흡족해하며 그대로 이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또 김 전 장관은 “당시 김 전 실장에게 ‘지원 배제를 할 경우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우리는 그냥 보수가 아니다. 우리는 극보수다. 그러니 원칙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1월 김 전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블랙리스트에 대해 직접 지시한 사실도 공개됐다. 김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이 다짜고짜 ‘보조금 집행이 잘돼야 한다. 편향적인 것에 지원을 하면 안 된다’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진 나라인데 젊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블랙리스트를 챙긴 이유에 대해 김 전 장관은 “김 전 실장 선에서 처리가 잘 안 돼 그랬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김기춘#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김종덕#극보수#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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