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 자사고 내년 추첨제로 바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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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교육청, 현재 中2 입시부터 개편… 새 정부 맞춰 조희연 교육감 공약 재추진
자사고-외고, 일반고 전환 시동

서울시교육청이 이르면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교 입시를 치르는 내년부터 자율형사립고 입학 전형 방법을 추첨제로 전환할 방침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현재 서울 23개 자사고는 먼저 입학원서를 받은 뒤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추첨제로 전환하면 자사고는 우수 학생 선발권을 잃게 되고, 학부모들은 학비가 일반고의 3배인 자사고에 보내기를 주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4년 선거 때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학교와 학부모, 교육부 반발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사고, 외국어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을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자사고를 무력화시키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1일 “자사고 폐지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여러 저항과 정부 방침 때문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문 대통령 당선으로 환경이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르면 내년 3월 말 이전에 2019학년도 자사고 입학 전형을 추첨제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자사고나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면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있어도 이미 평가를 거쳐 전국적으로 2019년 또는 2020년까지 재지정돼 있는 학교를 갑자기 일반고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사고나 외고의 입학 전형 승인권은 교육감이 갖고 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먼저 학생 선발권을 박탈해 자사고를 사실상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외고 입학 전형을 추첨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는 친(親)전교조 성향 교육감들의 공약이었던 만큼 서울시교육청이 추첨제를 도입하면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3단계로 구상 중이다. △추첨제로 전환하고 △일반고와 입시를 동시에 진행한 다음 △최종 일반고로 전환하는 순서다. 이 가운데 2, 3단계는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단계를 위한 시행령 개정은 3, 4개월 안에 마무리할 수 있다. 이르면 현재 중2에게 적용되는 2019학년도 고입부터 자사고와 외고 입시가 일반고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자사고와 외고 경쟁률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나 외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은 먼저 일반고에 지원한 학생들이 우선 배정되고 남은 학교로 가야 한다”며 “희망하는 일반고에 못 갈 확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와 재학생, 학부모 반발은 거세다. 한 자사고 교장은 “자사고는 고교 교육을 다양화하겠다며 정부가 추진했던 것”이라며 “자사고 폐지로 고교 서열과 사교육이 사라질 거란 판단은 큰 착각”이라고 말했다. 중3 학부모 A 씨는 “내년부터 자사고에 추첨제가 도입되면 학교 질이 크게 떨어질 거라 올해 지원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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