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폭’에 대처 못한 대한항공, 테러범이면 어쩔 뻔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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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오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술에 취한 30대 승객이 옆자리 승객과 여자 승무원들을 폭행하는 난동을 부렸다. 이 사건은 유명한 미국 팝스타 리처드 막스가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하면서 비로소 알려졌다. 막스는 “혼란스럽고 위험한 상황이었는데도 여성 승무원들이 이 사이코를 어떻게 제지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도 못했고 교육도 받지 않았다”며 “나와 다른 승객들이 나서 제압했다”고 말했다. 나라 망신이 따로 없다.

 여자 승무원들과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탑승한 대한항공 남자 정비사 등이 난동 승객을 결박해 최종 제압하기까지는 한 시간이나 걸렸다. 대한항공 측은 “여승무원들이 테이저건 발사 준비를 하는 등 규정대로 적절히 대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장사진 분석 결과 테이저건은 아예 쏠 수도 없는 상태여서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기내 술주정을 ‘준(準)테러’로 간주하는 미국 항공사는 이 정도 난동은 대부분 5분 이내에 진압한다. 그러나 대한항공 기내에는 조종사를 빼곤 남자 승무원이 한 명도 탑승하지 않았다. 항공보안요원 탑승을 의무화한 미국처럼 우리도 보안요원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올 1월부터 기내 소란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으나 벌금이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늘었을 뿐이다. 외국에 비하면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기내 폭력과 난동은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해야 한다.
#대한항공#땅콩 회항#리처드 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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