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의 범행을 은폐하는 거짓말을 했다가 위증죄로 기소된 강도살인범 3명에 대해 법원이 형 면제 판결을 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소권 남용'과 '사법정의 훼손'이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이헌영)는 강도살인죄로 재판을 받던 중 위증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38), 류모 씨(28), 박모 씨(28)에 대해 1심을 파기하고 형 면제 판결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형 면제는 범죄는 성립됐지만 형벌을 면제하는 판결이다. 1심은 김 씨에게 형 면제를, 류 씨에게 징역 6개월을, 박 씨에게 징역 2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의 범죄는 2014년 3월로 거슬려 올라간다. 대부중개업을 하던 김 씨는 A 씨(42·여)가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자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사회 후배인 박 씨와 류 씨에게 '범행을 도와주면 휴대전화 대리점을 차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김 씨 등 3명은 같은 해 3월 30일 A 씨 등 여성 2명을 낚시 핑계로 전남 곡성의 한 저수지로 유인해 잔혹하게 살해했다. 이들은 A 씨 등 2명의 시신을 미리 준비한 가방에 담아 전남 무안 바닷가 다리 밑에 버렸다.
김 씨 등은 수사가 시작되더라도 '시신을 찾지 못하면 체포 48시간 만에 풀어줄 것'이라며 범행 부인을 공모했다. 행여 범행이 들통 나면 '어린자녀가 있는 류 씨는 차에서 잠을 자 아무것도 몰랐다'고 거짓말을 하자고 약속했다.
김 씨 등 3명은 A 씨의 지인들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에 검거되자 처음에는 오리발을 내밀다 각종 증거가 발견되자 범행을 실토했다. 대신 류 씨는 범행을 몰랐다는 알량한 거짓말을 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는 물론 1심 법정에서도 거짓진술을 5차례나 했다.
이들의 위증은 박 씨가 '중형이 예상된다'는 부모의 설득에 1심 선고 전 '류 씨도 살인도 가담했다'고 자백해 드러났다. 광주지검은 지난해 2월 김 씨 등 3명을 위증혐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한 달 뒤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류 씨에게 징역 30년 형, 박 씨에게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이들 3명 모두에 대한 위증죄 형 면제 판결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판사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1, 2심 판결 전에 위증혐의로 기소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아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재판부가 강도살인죄 확정이전에 위증혐의를 기소할 수 있었던 것을 고려해 형 면제를 한 것 같다"고 했다. 또 위증이 범행 진실을 밝히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던 것도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검사 출신 다른 변호사는 "형 면제판결은 중형을 받는 강력범들이 법정에서 위증을 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라며 "형 면제 판결이 잇따를 경우 사법정의가 훼손될 것"라고 했다. 또 위증은 원래 범죄의 형 확정 전에는 기소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견해도 있다. 한편 광주지검은 김 씨 등의 형 면제 판결에 대해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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