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브레이크 없는 공공기관 성추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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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이성 안 가리고 약자에 몹쓸짓

 
공공기관에서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환경부 산하 기관인 한국기술교육대(한기대)와 한국환경공단에서 성추행으로 가해자가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특히 한기대 사건의 경우 남성이 자신의 성기 사진까지 피해자에게 전송한 것으로 나타나 직장 내 남성 성추행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본보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보라 새누리당 의원실과 각 부처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기대 교직원(정규직) A 씨는 올해 2월 같이 일하던 계약직 남성 직원 B 씨를 성추행한 혐의가 인정돼 해임됐다. 조사 결과 A 씨는 B 씨에게 △자위행위 횟수 △아침 발기 상태 △애인과 성관계 횟수 △정자의 활동력 확인 권유 등의 성적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 후 같이 담배를 피우다가 B 씨의 급소를 툭 치기도 했다.

 특히 A 씨는 같은 달 진행된 부서 워크숍에서 B 씨가 잠들자 이불 속으로 들어가 B 씨의 바지를 벗기고 성기 등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촬영 당시 하의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 잠에서 깬 B 씨가 이에 대해 항의하자 일주일 뒤 오히려 그날 객실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자신의 음란 사진을 메신저로 B 씨에게 전송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견디다 못한 B 씨는 학교 감사실에 A 씨를 신고했고, A 씨는 “무의식중에 성적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인간의 본능에 대해 표현한 것일 뿐 의도적인 행동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신체적 접촉 역시 부인했다. B 씨에게 사진을 전송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결국 한기대는 성폭력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진행한 뒤 5월 직원징계위원회를 열었고 “성희롱과 성폭력에 모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뒤 A 씨를 해임했다.

 환경공단에서는 지난해 성희롱 사건이 총 3건이나 발생해 1명이 해임되고 2명이 각각 정직과 견책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공단의 25년 차 간부 C 씨는 회식 장소에서 계약직 여직원들에게 “얼굴도 예쁘고 어리니 (정규직 공채) 면접에 떨어지면 같이 출장 다니는 남자 직원이 데리고 살면 되지 않느냐” “포르노에 나오는, 시선을 끌려는 여자처럼 옷을 입었다” 등의 성적 발언을 했다. 특히 회식 도중에는 옆자리에 앉아 있던 계약직 여직원의 손을 깍지를 낀 채 잡고 한동안 테이블 아래에 내려놓기도 했다.

 C 씨는 피해자들이 감사실에 신고해 조사가 진행되자 피해자와 팀원 등 총 6명에게 전화를 걸어 은폐를 시도하고 압박을 가했다. C 씨는 대체로 혐의를 시인했지만 정직 3개월의 징계만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환경공단에서는 이외에도 선배 남성이 후배 여직원의 이마에 입을 맞추거나 가슴 등 신체에 접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사건도 잇달아 발생해 1명이 해임됐지만 다른 1명은 견책 처분만 받았다.

 특히 A 씨와 C 씨 사건은 정규직 지위를 이용해 비정규직 직원을 성추행한 전형적인 ‘갑질 성추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기대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주무 부처인 고용부의 산하 기관이기도 하다. 노동계 관계자는 “비정규직에 대한 성희롱, 성추행 발생 기관에 대해서는 기관 경고를 비롯해 강도 높은 제재를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공공기관#성추행#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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