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남편 되는 법, 남자가 가르쳐야 제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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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男 가정과 교사 4명… 후배 대학생들 위해 멘토링

5일 열린 한국가정과교육학회 추계학술대회 중 ‘가정교육과 남학생을 위한 가정과 남교사 멘토링’ 세션에서 정세호 고려대사범대부속고 가정과 교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5일 열린 한국가정과교육학회 추계학술대회 중 ‘가정교육과 남학생을 위한 가정과 남교사 멘토링’ 세션에서 정세호 고려대사범대부속고 가정과 교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가정 선생님이 될 거라고 하면 주변에서 ‘남자가 바느질 배우느냐’고 해요.”(배성주 씨·25·동국대 가정교육과 4학년)

 “모르는 소리! 콘돔을 풍선처럼 갖고 놀면서 남학생들에게 피임 방법을 가르치는 건 남자 교사니까 가능하죠.”(정세호 씨·42·고려대사범대부속고 가정과 교사)

 5일 오후 1시, 한국가정과교육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관은 전국에서 모인 가정과 여교사 수백 명으로 북적였지만 한구석에선 이 같은 ‘남자들만의 대화’가 오갔다. 이 자리는 대학에서 ‘희귀 생물’ 취급을 받는 가정교육과 남학생을 위해 학회가 처음으로 마련한 ‘가정과 남교사와의 멘토링’ 세션이었다.

 이날 멘토링에 참석한 남교사 4명은 “남자 중고교생에게 좋은 남편, 훌륭한 아빠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데엔 남교사가 제격”이라고 강조했다. 맞벌이와 ‘맞돌봄’의 확산으로 가사와 육아에서 남편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정작 학교에서 이를 가르치는 교사는 여성에게 편중돼 있다는 것. 충남 서산중의 진영롱 교사(29)는 “남학생들이 여교사에게는 쉽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직업인으로서의 가정과 교사에 대한 조언도 오갔다. 남학생들은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주요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정과를 기피하는데, 오히려 바리스타, 조리사 자격증 준비 등 실생활과 구직에 도움이 되는 수업 과정을 교사가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장래가 밝다는 얘기다.  학생 조모 씨(24)는 “평소 ‘가정과 교사는 여자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남자만의 역할도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피임 방법#멘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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