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사태에 분노하는 수험생들 “수능 코앞인데 의욕 꺾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0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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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코앞인데 정유라 사건을 보니 정말 화가 나고 의욕이 꺾인다. 인성은 바닥에, 맞춤법 하나 모르는 애가 '엄마빽' 하나로 명문대에 가는 게 공정한 사회인가." (수험생 김모 양)

"수시나 논술이나 객관적인 채점기준이 없고 떨어져도 이유도 몰라 안 그래도 불안했는데 이번 사건을 보면서 불안감이 더 커졌다. 이런 일이 또 없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나." (수험생 차모 군)

수능 시험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입을 앞둔 수험생들 사이에서 박탈감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전국을 뒤흔든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사건을 통해 정당한 실력이나 노력과 무관한 입시특혜 구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이 주축이 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분노와 실망감, 허탈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수능만 끝나면 정권 퇴진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수험생들도 나타나고 있다.

30일 교육계와 수험생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수험생들은 최 씨 모녀의 국정농단 및 입시비리 사건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요 포털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수험생들의 분노가 고스란히 표출됐다.

한 누리꾼은 '평생 잠도 제대로 못자고 힘들게 공부해도 대학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대학에 가도 학자금 대출받아 공부해야 하고 취직 못하면 빚만 남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게 사는데 이런 일이 생기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고생하며 공부하는 걸까'라고 자조했다. 그는 '수능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이런 꼴을 보니 진짜 더 화가 난다. 결국 노력과 상관없이 금수저들이 흙수저들을 밀어내고 올라앉는 입시구조 아닌가'라고 분노했다. 이에 다른 수험생이 '뉴스를 보면 멘탈이 흐트러져 수능에 집중하기 위해 지금은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적자 또 다른 수험생들은 '그러다 시사면접에 최순실이 나오면 어쩌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성평가' 위주의 수시제도 문제점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시제도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의견부터 수시제도의 장점은 살리되 투명성이 보장되게 손봐야 한다는 의견까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수험생 김모 양은 "대학 리포트에 '해도 해도 안 되는 망할 새끼들' 같은 표현을 쓰는 애가 명문대에 가는 게 말이나 되냐"며 "평소 이화여대 진학을 희망했는데 이렇게 돼서 실망했지만 그래도 학생들 힘으로 끝까지 부조리를 밝혀내는 모습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수험생들은 수능만 끝나면 시위에 나서겠다는 움직임도 보였다. 한 고3 수험생은 "정유라 사건을 보며 가장 실망하고 가장 분노한 게 한창 입시로 고생 중인 현재의 고3들 아니겠느냐"며 "지금은 수능이 남아있어 움직이지 못하지만 며칠만 더 참고 수능이 끝나면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시위 참가를 독려하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나라꼴은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입시에 최선을 다하자는 학생들 간에 위로도 눈에 띄었다. 수험생들은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다른 수험생의 글에 '이런 세상을 갈아엎으려고', '이런 세상과 같이 몰락하지 않고 당당히 두발로 졸업하려고'라고 댓글을 달며 응원했다. 또 다른 수험생도 '화가 나긴 하지만 정유라가 부럽진 않다'며 '최순실 같은 엄마보다 떳떳하게 살아온 우리 엄마가 훨씬 좋고 지금의 내가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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