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김변호사의 쉬운 법이야기]죄 없는 피고인 보호하는 ‘공소장일본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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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보통 사람은 일평생 송사에 얽혀 법정에 출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겁니다. 살면서 아무런 분쟁도 겪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분쟁 상황이 생기더라도 법의 도움 없이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지요. 옳고 그름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범죄자로 의심받아 수사선상에 놓이고, 결국 형사재판에 회부돼 재판을 받는 과정은 보통 사람이 누리는 일상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기 일쑤입니다. 차라리 유죄라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나 반성하는 모습 등 양형에 참작할 만한 사유를 들어 적당한 형벌을 내려줄 것을 청하고 판결을 받으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죄라면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길고도 험난한 재판이 앞에 놓이는 것입니다.

 민사소송은 대체로 원고와 피고가 소송의 양 당사자로서 어느 정도 같은 출발선상에 있습니다. 사실조회 신청이나 문서제출명령 신청처럼 법원을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절차도 양 당사자에게 동일하게 인정됩니다. 이는 양측의 무기가 어느 정도 대등한 상태에서 싸우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형사소송의 경우는 조금 달라 보일 것입니다. 공소를 제기한 검사와 반대편에 놓인 피고인, 그 둘이 대등한 무기를 갖고 싸울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검사는 압수, 수색, 체포, 구속 등 강제 수사권을 동원해 수많은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공소를 제기하지만 피고인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축적된 수많은 증거를 재판부가 그대로 본다면 재판은 하나 마나이고 피고인은 죄인으로 낙인찍혀 결국 유죄판결을 받을 것처럼 보입니다. 이같이 형사재판이 마치 검찰의 수사 연장선상에 놓인 것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관이 재판에 앞서 피고인에게 유죄의 심증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방법은 공소장을 관할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고(형사소송법 제254조 제1항), 공소장에는 사건에 관하여 법원이 예단을 가질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이를 공소장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라고 합니다.

 공소장일본주의 덕분에 형사재판이 시작되는 공판 첫날, 검사는 수많은 증거기록을 뒤로한 채 공소장 한 장만 낭독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사 중 축적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동의를 얻거나(증거 동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증거 부동의) 해당 진술인이 법관의 면전에서 증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피고인은 증거 부동의를 통해 해당 진술인을 법관 면전에서 증언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반대 신문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무고한 피고인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귀하게 활용될 것입니다.
  
김미란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공소장일본주의#법#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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