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상담 필요하신 분”…근로자 주택전세대출 사기 총책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9일 22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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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상담 필요하신 분."

인터넷 카페와 지하철에 '대출 상담' 광고 글을 게시한 뒤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았다. 찾아온 이들은 대부분 신용불량자였다. 제2금융권에서는 대출이 안 된다며 근로자 주택전세자금 대출 사기를 제안했다. 불법 대출받은 돈은 정해진 비율에 따라 나눠 가졌다. 근로자 주택전세자금 대출 사기를 제안하고 위조 서류를 이용해 대출받은 사기범들의 범죄행각이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총책 박모 씨(39) 등 34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모집책과 허위 임대차인 등 147명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의 범행은 체계적이었다. 서울, 대구, 강원에 전세대출 사기단 총책이 1명씩 자리하고 그 아래에 모집책 7, 8명이 포진했다. 모집책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임차인으로 속여 대출을 받으라"고 한 뒤 "1년간 이자를 대신 내주고 이후에 파산 신청을 하면 변호사를 선임해 구제해 주겠다"고 속였다.

허위 임차인을 맡은 피의자 대다수는 무직이었고 나이 어린 대학생도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연소득 5000만 원 이하의 무주택자에게만 무담보로 전세자금을 빌려줘 이들이 주로 범행 대상이 됐다. 개중에는 문모 씨(32)처럼 "ㅈㅇ(작업)대출 해주실 분"이란 글을 인터넷에 올리며 대출 사기를 요청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위 임대차인이 모집되면 대구 총책이 필요 서류를 위조했다. 대출 원금이 회수되지 않아도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원금의 90%를 보전해 주기 때문에 은행들이 서류심사와 현장조사를 형식적으로 한다는 점을 노렸다. 2012년 12월부터 3년여에 걸쳐 회당 적게는 5000만 원에서 많게는 2억여 원에 달하는 금액이 대출됐고 총 피해액은 84억60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은행은 6개 은행, 78개 지점에 달한다.

경찰은 다른 곳에서도 조직적인 사기행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7일 국회 정무위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택금융공사가 최근 5년간 사기대출로 대위변제한 금액이 250억여 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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