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냐” 5년간 폭언…콜센터 상담원 울린 ‘악마의 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7일 22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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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보험사의 서울 용산구 콜센터에서 15년간 상담원으로 일하던 윤모 씨(50·여)는 2011년 9월 직장을 그만뒀다. 그해 2월 콜센터로 걸려 온 박모 씨(51)의 전화가 결정적 원인이었다.

박 씨와 그의 아내는 해당 보험사의 실손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한 고객이었다. 병원 치료비로 쓴 돈의 80%를 보험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디스크 질환을 앓던 박 씨의 아내는 병원을 자주 이용했다.

상담원 윤 씨가 맨 처음 받은 박 씨의 전화는 "팩스로 영수증을 보낸 지 30분이나 지났는데 왜 보험금 1400원을 돌려주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 윤 씨는 "신청서 등 필요한 서류가 빠졌고, 심사를 하려면 보험금 지급까지 통상 3일이 걸린다"고 설명했지만 박 씨는 다짜고짜 "싸가지 없는 X, 죽고 싶으냐", "(찾아가) 모가지를 자르겠다"고 협박했다. "환급이 늦어졌으니 아내가 좋아하는 빵으로 보상하라"며 5만 원짜리 빵 상품권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 씨의 협박 전화는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통화한 이력이 있는 상담원으로 연결되는 콜센터 시스템 때문에 윤 씨는 악성 고객의 횡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자신의 컴퓨터 화면에 박 씨의 전화번호가 뜰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던 윤 씨는 급기야 공황장애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정신과 상담을 하고 6개월 동안 약물 치료까지 받은 윤 씨는 결국 박 씨에게 자비로 빵 상품권을 사 보내 주고 퇴사했다.

박 씨의 빵 상품권 요구는 윤 씨가 퇴사한 뒤에도 계속됐다. 병원 신세를 질 때마다 1만, 2만 원을 환급해 달라며 콜센터에 전화해 상습적으로 폭언을 퍼부었다. 그에게 시달린 콜센터 상담원은 윤 씨를 포함해 모두 13명. 입사 1개월 만에 그만둔 상담원도 있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보험금을 빨리 지급하라며 5년 동안 154차례에 걸쳐 콜센터 상담원에게 욕설과 협박을 일삼은 박 씨를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김단비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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