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신호탄 쏘아올린 ‘축구명가’ 부평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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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금배 고교축구 2연패하며 ‘국가대표의 산실’ 명예 회복
동문들의 적극적인 후원도 한몫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우승한 부평고 축구부 선수단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1972년 개교한 부평고는 지금까지 졸업생 2만여 명을 배출했다. 부평고 제공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우승한 부평고 축구부 선수단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1972년 개교한 부평고는 지금까지 졸업생 2만여 명을 배출했다. 부평고 제공
“내년에도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축구 명가로서의 전통을 이어 가겠습니다.”

22일 오전 인천 부평구 부평고등학교 운동장. 흰색 유니폼을 입은 학교 축구부 선수 49명이 팀을 나눠 청백전을 치르고 있었다. 한낮 수은주가 36도까지 치솟는 무더위로 선수들의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2일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제49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결승전에서 배재고를 3-0으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품에 안은 것. 지난해에 이어 2연패한 부평고는 1996년과 2003년, 2005년에도 우승의 영광을 안아 이 대회 최다 우승팀(5회)이 됐다.

1982년 축구부를 창단한 부평고는 그동안 국가대표의 산실로 불려 왔다. 김봉길(11회·전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을 시작으로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활약한 김남일(22회) 이천수(26회), 이근호(30회) 등 국가대표 선수 50여 명을 배출했다. 전국 대회 우승컵도 40여 차례나 거머쥐었다. 특히 2003년에는 이근호가 주축이 돼 제36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우승을 포함해 시즌 3관왕을 차지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8년부터 각종 대회에서 초반에 탈락하는 등 부진을 거듭하며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각 프로축구단이 산하 고등학교팀을 잇달아 창단하면서 우수한 실력을 갖춘 중학교 졸업 예정 선수들을 빼앗기게 된 것.

이 학교를 졸업한 뒤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축구단에서 활동하다가 은퇴한 서기복 감독(23회)이 2012년 부임하면서 선수들이 느슨해진 축구화 끈을 다시 조이기 시작했다. 서 감독은 축구부를 운영하는 수도권 중학교를 돌며 우수 선수 스카우트에 나섰다. 매일 5시간씩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선수들도 하나가 돼 ‘경기 성적은 그라운드에 흘린 땀방울 양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훈련했다.

부평고 동문들도 축구부를 돕기 위해 나섰다. 총동문회는 체육장학회를 따로 만들어 발전기금을 모아 축구부 훈련비와 운동용품 등을 지원했다. 6∼18회 졸업생 50명이 모여 만든 ‘녹사자회’는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후배 선수를 찾아 응원하는 건 물론이고 회식 전지훈련 등 뒷바라지도 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부평고 축구부는 이듬해부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13년 금석배 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014년 금강대기 축구대회에서 3위에 오르더니 지난해 열린 대통령금배 대회에서 8년 만에 우승 헹가래를 쳤다. 서 감독은 “1996년 열린 대통령금배 대회에서 선수로 뛰며 모교의 첫 우승을 이끌었는데 감독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감격을 누렸다”며 “우수한 실력을 갖춘 선수가 많아 내년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국 총동문회장은(54·8회)은 “대회 2연패를 차지한 선수들을 격려하는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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