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분만실 모자라 도시로 ‘원정 출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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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진안 등 8개 郡 분만실 없어… 제왕절개 위해 평균 24km 이동
임신부 병원 인근 월세방 얻어 전전… 지자체 농촌 출산대책 수립 시급

지난달 아들을 낳은 김모 씨(33·전북 진안군)는 출산을 전후해 3주 동안 전주의 산부인과 근처에 원룸을 얻어 생활했다. 진안에는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가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초음파 검사와 제왕절개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 근처에 원룸을 얻어 생활하느라 비용 부담이 크고 생활 불편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정부나 자치단체도 말로만 출산을 장려할 게 아니라 산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14개 시군 가운데 6개 시 지역을 제외한 무주, 진안, 장수, 고창군 등 8개 전체 군(郡) 지역 가운데 분만실을 운영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이에 따라 이 지역들의 임신부가 제왕절개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에 가려면 평균 24.5km를 이동해야 한다. 시(市) 지역의 임신부가 가는 평균 거리 5km보다 5배 가까이 멀리 가야 하는 셈이다. 임신부의 출산 전후 진료 등을 위해 필요한 외래 산부인과도 고창군과 부안군(각 2곳)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지역에는 1곳씩뿐이다. 외래 산부인과가 1곳씩인 이 지역들의 산부인과 전문의도 당연히 1명씩이다.

이 때문에 농촌에 사는 상당수 임신부는 출산 전후 분만실이 있는 도시 산부인과 인근에 단기 월세방을 얻거나 친인척의 집을 전전하고 있다.

전북도는 1시간 이내에 분만 가능 의료기관에 접근할 수 없는 지역 임신부의 출산을 돕기 위해 도시까지 오가는 교통비(10만 원)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700여 명이 혜택을 봤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전주(66%) 등 도내 도시에서, 20% 이상은 대전이나 광주 등 전북 외 지역에서 ‘원정 출산’을 했다.

대부분의 산모가 출산 후 이용하는 산후조리원도 도시에만 몰려 있어 농어촌 지역 산모들은 불편을 겪는다. 최근 들어 산후조리원 시설도 부족해 입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거에는 출산 후 2주일가량 머물 수 있었으나 요즘은 1주일로 제한하고 있다. 시설이 좋은 일부 산후조리원은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산모 이모 씨(35·완주군)는 “몇 달 전에 산후조리원 예약을 했는데도 아이가 예정일보다 10일가량 늦게 나오는 바람에 다른 산모에게 밀려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농어촌 지역에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것은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4시간 분만실과 신생아실을 갖춘 산부인과를 운영하려면 마취과, 소아과, 산부인과 전문의를 비롯한 당직 의사 등 최소 5명의 의사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간호사와 조리 관련 인력 등 총 15명 안팎이 필요해 출산 빈도가 높지 않은 농산어촌에서는 수지 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이 때문에 농산어촌 건강보험의 분만 수가 인상 등 공공의료 실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창군 관계자는 “걱정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농촌 출산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출산 전후를 연계하는 시스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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