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동영]‘금배지’의 치매 예방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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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치매 환자도, 치료비용도 크게 늘고 있다’는 자료를 엊그제 내놨다. 이렇다 할 치료 방법이 없는 데다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치매는 이제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자료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1. 기억력 감퇴, 시간 장소 혼동하면 치매 가능성 ↑.

2. 환자 급증, 진료비 연 1조6000억 원.

3. 운동과 금연 금주, 검진이 예방책.

자식과 손주를 알아보지 못하니 보는 이 감정과 이성 모두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스럽다. 1인당 치료비도 연간 350만 원에 이른다. 힘들지만 개인과 국가가 함께 치매 환자를 보살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홀로 위험한 상태에 빠지거나 주변에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힐지 모른다.

이쯤 되면 또 다른 환자 집단이 떠오른다. 선거 때는 허리 잘 굽히다가도 ‘금배지’를 달면 신체 모든 부위에 깁스를 한 듯 변신하던 그들 말이다. 머슴처럼 일한다고 했다가 본회의 땐 문자질 하고 아들딸 취업 갑질에 비서진과 인턴을 하인처럼 부려 먹는 일을 턱턱 저지른다. ‘오늘도 선거운동 기간이고 모두가 유권자라고 생각하라’는 상식을 쉽게 잊어버리니 시간 장소를 헷갈리는 치매 증상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총선에선 잘못했다며 무릎 꿇고 큰절도 했지만 결과가 나오자마자 비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걸 보니 중증이 분명하다. “호남 방문을 훼방 놓지 않았으면 과반 의석을 확보했을 것”이란 주장을 듣자니 선거 때만 눈속임하는 고질병을 보는 듯하다.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노동개혁 법안은 도루묵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그들에겐 한참 후순위 문제일 뿐이다. 학생은 줄고 부실 대학은 늘어만 가는데 대학구조개혁 법안에 부정적인 당선자도 생각보다 많다. 일본이 원격진료를 허용해 중국시장을 차지하게 생겼다고 해도 의료민영화라는 잣대만 들이대며 반대하는 당선자도 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기회비용은 물론 사회적 비용만 갈수록 많이 치르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원안을 통과시키지 않더라도 일단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하고 대안을 찾아야 ‘국민 위해 일한다’는 약속을 지키는 일이 되겠지만 그러질 않는다. ‘마지막 민생국회 열어라’ ‘공약 거품 빼고 경제 살려야’라는 신문 사설이 19대 총선 직후에도 수두룩했고 올해도 또 반복되는 중이다. 치매처럼 이 환자들에게도 치료제는 없나 보다. 20대 국회의원에겐 이런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예방주사’가 필요해 보인다.

경기 성남분당을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좋은 대책이다. 시장 군수는 물론 대통령까지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제도가 있지만 유독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만 쏙 빼놓고 있었다.

국민소환은 일정 수의 유권자가 요청하면 투표를 실시해 역시 일정 요건을 넘기면 국회의원 자격을 잃게 만드는 제도다. 현재는 광역이나 기초 지자체장과 의원 등만 대상으로 하는 주민소환제가 도입돼 있다. 그나마 유권자의 10∼20%가 요구해야 하고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야 개표가 시작되고 과반이 찬성해야 통과되는, 대단히 까다로운 절차다. 그러니 그동안 두 번밖에 투표가 실시되지 않았고 참여율이 떨어져 투표함은 아예 열어보질 못했다. 평일 하루만 투표하니 빚어진 당연한 결과다. 사전투표 적용하고, 개표 요건을 갖출 때까지 일주일이건 한 달이건 주말마다 계속 투표하면 해결될 일이다. 주삿값치고는 좀 많다 싶어도 치매 없는 ‘건강 국회’ 만들 수 있다면 해야 하지 않겠나.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
#건강보험심사평가원#치매 환자#국민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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