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자산가 90억 재산 빼돌린 꽃뱀 사기단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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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女 “대통령과 친구” 접근… 위장결혼하며 1년만에 모두 처분
일당, 34억 아파트 구입 등 호화생활… 걸인신세 자산가, 2월 숨져

사진=1월 13일자 A12면
사진=1월 13일자 A12면
재력가인 ‘치매노인’에게 접근해 위장결혼까지 하며 90억 원의 재산을 빼돌린 꽃뱀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재력가가 지난해 12월 서울가정법원에 혼인무효 소송을 내면서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의 내용이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꽃뱀 역할을 한 주범 이모 씨(61·여)를 구속하고 공범 이모 씨(77)와 오모 씨(61)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주범 이 씨는 2013년 7월 치매를 앓고 있는 재력가 A 씨(83)에게 모 의료재단 이사장이라고 속여 접근했다. 매일같이 집으로 찾아가 말벗을 해주며 “박근혜 대통령과 친구다. 대법원 판결도 뒤집어줄 수 있다. 재산을 지켜주겠다”며 환심을 샀다. 판단력이 흐려진 A 씨는 이 씨의 꾐에 넘어가 3개월 뒤 ‘모든 재산을 이 씨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유언장과 양도증서를 써줬다. 이 씨는 곧바로 A 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소송비용이 필요하다”며 펀드 2개를 매각해 2억60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넘겨받았다.

2014년 1월 A 씨와 혼인신고를 한 이 씨는 그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A 씨의 부동산을 매각했다. 같은 해 11월 이혼할 때까지 6개월간 서울 종로구 구기동 집과 서린동 토지, 충북 진천군과 경기 광주시의 땅 등 90억 원대 부동산을 시가보다 저렴하게 매각해 59억 원을 챙겼다.

이 씨는 A 씨를 부추겨 이혼조정을 제기해 이혼한 뒤 A 씨를 버리고 도주했다. 혼자 버려진 A 씨는 서울 동대문의 한 오피스텔에 방치돼 65kg이던 몸무게가 55kg으로 줄었다. A 씨는 울화병으로 고생하다 지난달 중순 숨졌다. 반면 이 씨는 빼돌린 돈으로 34억 원 상당의 아파트와 토지를 사들였고, 동대문의 고급아파트에서 공범 이 씨와 함께 호화롭게 생활했다.

사기단 검거로 현재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혼인무효 소송에서 A 씨의 자녀가 승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씨가 부부관계를 설정할 의사 없이 A 씨의 재산을 가로챌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점과 당시 치매를 앓고 있던 점 등이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경현 bibulus@donga.com·배석준 기자
#꽃뱀#치매자산가#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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