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경비행기 정비 부실… 평소에도 조종 잘 안된다고 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일 03시 00분


숨진 교육생 가족들 의혹 제기

서울 김포공항 외곽 녹지에 추락한 경비행기가 평소에 기체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조종사 훈련 교육 중이던 경비행기가 지난달 28일 수직으로 추락한 이번 사고로 숨진 교육생 조모 씨(33)의 유족은 29일 “고인들이 사고 당일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학원이 워낙 영세하고 기체 관리가 허술해 조종이 잘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고 밝혔다.

서울지방항공청에 따르면 민간조종사학원은 전국에 총 16곳이 있다. 대부분은 경비행기 2∼4대로 운영되며 한 곳당 교육생은 100명이 넘는다. 교육과정은 △자가용 조종사 자격증(비행 40시간)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비행 200시간) △교관 자격증 이수 등이다. 수업료는 비행 1시간당 25만∼30만 원인데 제반 비용까지 합하면 교육과정에 따라 5000만∼1억5000만 원에 이른다. 수강생은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로 대학 졸업 후 파일럿을 꿈꾸고 있다.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기체 안전문제 △교육비 환불요구 무시 △비행시간 확보 어려움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추락 경비행기가 소속된 ‘한라스카이에어’(한라) 학원은 2012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훈련기에 항공유 대신 휘발유를 싸게 구입해 넣은 게 국토교통부에 적발되기도 했다. 훈련기에 휘발유를 넣으면 엔진을 부식시켜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학원뿐만이 아니다. 2014년에는 H학원이 같은 혐의로 적발됐다.

한라 학원을 다녔던 30대 직장인 A 씨는 “학원이 부실 경영으로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아 정비사가 자주 바뀌었다. 개인 및 기업에서 빌린 임대 경비행기인데 비행시간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 등 관리가 허술했다”며 “부품 값이 없어 정비사 개인 돈으로 부품을 구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원 측은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상황에서 기체 결함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환불을 요구하는 교육생에게 제때 환불을 해주지 않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학원도 많다. E학원 홈페이지에는 ‘환불 문의를 한 지 6개월이 됐다. 다시 확인하기 위해 3일째 전화해도 안 받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학원 관계자는 “조금씩 지연되고 있지만 기간 내 환불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라의 경우 피해자 모임 카페가 만들어져 활동 중이기도 하다. 수업료 4200만 원을 2년째 환불받지 못한 B 씨(36)는 “민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학원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환불을 미루면서도 영업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원이 김포공항에만 집중돼 있어 발생하는 안전 문제도 있다. 현재 김포공항에는 8개의 학원이 훈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강원 양양공항, 전남 무안공항에서도 훈련이 가능하지만 학원들은 수도권을 벗어나면 교육생 모집에 타격을 입을까 봐 지방 이전을 꺼리고 있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속도가 느리고 기체가 작으면 사고 위험이 높다. 그런데 경비행기에 대한 관리는 소홀하다. 경비행기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호경·정동연 기자
#추락#경비행기#김포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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