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밤길 안무서워” 격투기에 빠진 여성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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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힘 역이용해 제압 ‘주짓수’, 체구 작은 여성들 호신술로 인기
유연성 겸비 레슬링도 각광

서울 마포구 체육관 ‘싸비MMA’에서 여성들이 주짓수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서울 마포구 체육관 ‘싸비MMA’에서 여성들이 주짓수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종합격투기 체육관. 흰 도복을 입은 여성들이 회색 매트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보다 큰 남성이 위에서 깔고 앉았을 때 빠져나오는 기술인 ‘이스케이프(탈출)’ 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아담한 체구의 여성들이 허리 위에 올라탄 남성의 도복 깃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동시에 허리를 튕기자 큰 어려움 없이 빠져나왔다. 이들이 하는 운동은 상대의 관절을 누르거나 꺾는 방식으로 승부를 가리는 ‘주짓수(브라질 유술)’. 1년간 주짓수를 수련했다는 박혜미 씨는 “주짓수를 배우지 않은 일반 남성과 맞붙으면 제압당하지 않고 충분히 빠져나올 만큼 힘과 기술이 생겼다”고 말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급증하며 ‘호신(護身)’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엔 킥복싱이나 태권도 등이 호신술로 각광받았지만 최근 들어 온몸의 힘을 키워 체중 차를 극복할 수 있는 운동인 주짓수와 레슬링이 새로운 호신술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울 시내의 사설 체육관은 물론이고 각 자치구가 지역 주민을 위해 운영하는 호신술 교실에도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러 호신술 가운데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으는 것이 바로 주짓수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동작이 많아 체구가 작은 여성들도 남성을 제압할 수 있는 운동으로 꼽힌다. 한국주짓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부 경기에는 참가자가 부족해 4강부터 시작됐지만 올해는 선수가 30명가량으로 늘어 예선과 16강까지 신설됐다. 주짓수 도장 관원 중 여성 비율도 20∼30% 수준으로 늘었다.

서울 은평구 G&B짐의 양성일 관장은 “주짓수는 힘 외에도 섬세한 기술이 필요해 여성들에게 적합한 운동”이라며 “성인뿐 아니라 근처 중고등학교에서 체육관을 찾는 여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여러 자치구도 호신과 체력훈련에 관심 있는 여성들을 위한 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2008년부터 지역 주민을 위해 레슬링 교실을 운영 중인 구로구가 대표적이다.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되는 구로구 레슬링 교실에는 여성 70여 명이 수강 중이다. 레슬링 기술 외에도 레슬링 동작을 이용한 유연성과 체력 훈련을 배울 수 있어 직장인 여성뿐 아니라 50대 이상 중장년 여성들도 관심이 많다.

구로구 관계자는 “레슬링 실업팀을 만들며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여성을 위한 레슬링 교실을 열었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벤치마킹을 하겠다며 문의를 하고 있어 지역 여성의 안전을 위한 다양한 호신술 교육 프로그램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격투기#주짓수#레슬링#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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