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몰린 제약사 영업사원, 오피스텔에 ‘필로폰 공장’

  • 동아일보

밤에만 작업… 1년간 2000명분 제조

평범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다. 약품의 특성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성실하게 고객들을 설득하며 약을 팔았다. 그런데 단 한 번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보증을 서준 게 화근이었다. 월급쟁이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송모 씨(40)는 늘어나는 빚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순간 마약을 떠올렸다.

제약회사 직원인 송 씨가 마약 원료를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송 씨는 전 직장동료였던 김모 씨(52)에게서 필로폰 원료물질인 슈도에페드린 5만 정을 공급받았다. 문제는 제조기술. 송 씨는 인터넷을 통해 필로폰 제조기술을 습득했다. 제조에 필요한 기구는 수도권 의약품 도매상과 인터넷에서 구했다.

준비를 마친 송 씨는 경기 안산시의 한 오피스텔을 필로폰 제조실로 삼았다. 송 씨는 이곳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10차례에 걸쳐 필로폰 60g을 만들어 판매했다. 필로폰 1회 투약량이 0.03g임을 고려했을 때 송 씨가 제조한 필로폰은 2000여 명이 한번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폭발성이 강한 황산, 벤젠 등을 집에 쌓아놓고 이웃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심야시간에만 작업했다. 이웃들은 송 씨의 엇나간 행적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송 씨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구글 등 해외사이트를 통해서만 자신이 제조한 필로폰을 광고했다.

하지만 송 씨의 범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송 씨와 박모 씨(49) 등 2명을 구속하고 제조기구 및 원료, 필로폰 10여 g을 압수했다고 13일 밝혔다. 송 씨에게 재료를 공급한 김 씨 등 4명은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필로폰#제약회사 영업사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