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세렝게티 초원 동물들은 ‘셀카’를 찍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찰칵∼! 순간포착 세렝게티

실제 세렝게티 동물들이 찍은 셀카. ⓒ주니버스
실제 세렝게티 동물들이 찍은 셀카. ⓒ주니버스
미국 미네소타대 조지 샬러 교수팀은 1966년부터 세렝게티 초원에 살고 있는 사자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사자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연구팀은 주로 원격 위치추적 장치를 이용해 사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직접 그 장소를 찾아가 관찰했다.

그러던 중 2010년, 알렉산드라 스완슨 연구원이 세렝게티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더 효율적으로 사자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자 프로젝트는 세렝게티 전체 동물들을 관찰하는 ‘순간포착 세렝게티’ 프로젝트로 커졌다. 세렝게티의 다른 동물들도 관찰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연구 범위를 넓히다 보니 훨씬 많은 사진을 찍고 분류해야 했다. 그래서 스완슨 연구원은 ‘주니버스’(www.zooniverse.org)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주니버스는 일반 시민들도 손쉽게 과학 연구자료를 분석할 수 있도록 많은 자료를 모아 놓은 웹사이트다. 이곳에선 누구나 쉽고 빠르게 사진을 분류할 수 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과학자들을 돕기 위해 주니버스에 올라온 동물들의 셀카를 분류하는 데 참여했다.

○ 움직이면 찍힌다! 세렝게티 자동카메라

2010년 세렝게티 초원엔 230대의 카메라가 설치됐다. 한 동물이 살아가는 곳에서 최소 한 번 정도는 찍힐 수 있도록 5km 간격으로 설치한 것이다. 세렝게티에 사는 동물들은 셀카를 찍을 때 카메라 셔터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다. 적외선 감지 센서가 달린 카메라 앞에 서서 살짝만 움직이면 ‘찰칵∼!’ 하고 1∼3장의 사진이 찍히기 때문이다. 적외선 감지 센서는 동물들이 카메라 앞에서 움직이면 열과 움직임 변화를 감지해서 자동으로 사진을 찍게 한다.

이렇게 찍힌 사진은 카메라의 메모리카드에 저장된다. 그래서 순간포착 세렝게티 연구원들은 6∼8주에 한 번씩 카메라를 찾아 메모리카드와 배터리를 갈아 준다. 그러곤 메모리카드 속 세렝게티 사진들을 순간포착 세렝게티 웹사이트(www.snapshotserengeti.org)에 올린다. 그러면 전 세계 사람들은 이곳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어떤 동물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분류한다. 그동안 시민들이 분류한 데이터는 동물 수에서는 90%, 동물 종분류에서는 97%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니버스 웹사이트. 이곳에서 37개의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주니버스 웹사이트. 이곳에서 37개의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 시민참여과학을 꿈꾸는 ‘주니버스’

주니버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민참여과학’ 웹사이트다. 시민참여과학은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어린이과학동아’ ‘지구사랑탐사대’가 대표적인 예다.

주니버스는 2007년에 시민들이 은하의 사진을 보고 은하 모양을 분류하는 ‘은하동물원’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그 뒤 2009년에 ‘달동물원’, 2010년에 ‘은하수 프로젝트’ 등의 다른 프로젝트들을 더하며 지금은 37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주니버스가 이렇게 커지는 동안 일반 시민이 새로운 우주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일도 있었다. 네덜란드 선생님이었던 한니 판 아르컬이 2007년 주니버스 웹사이트에서 은하 사진을 보던 중 은하 옆에서 빛나는 초록점을 이상하게 여긴 것이 시작이었다. 아르컬은 주니버스의 토론방에서 다른 참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결국 천문학자들은 이 초록점에 대해 연구해 새로운 빛메아리 현상 ‘한니의 물체’를 밝혀냈다. 빛메아리는 우주에서 밝은 빛이 성간 물질에 반사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 제2의 한니를 꿈꾸며 주니버스 웹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참여자는 무려 140만 명 이상이다. 은하동물원이 시작될 때부터 주니버스와 함께했던 크리스 린톳 주니버스 연구원은 “시민들의 참여 덕분에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새로 밝혀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신수빈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sbshin@donga.com
#셀카#세렝게티#주니버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