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부산본부서 5만원권 1000장 유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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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숨긴 상자 수색조차 안해… 보안 ‘구멍’
20년만에… 지폐분류 외주직원 소행
“CCTV 사각 알게 돼 범행” 진술… 은행측, 12시간여만에 돈 모두 회수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 내부 근무자에 의한 현금 도난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18일 한은 부산본부의 외주 업체 직원 정모 씨(26)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 씨는 16일 오전 10시 20분경 한은 부산본부 지폐분류실에서 5만 원권 1000장을 훔친 혐의(절도)를 받고 있다.

한은은 시중에 유통되다 돌아온 지폐 중 사용할 수 있는 돈과 폐기할 돈을 기계로 분류한다. 정 씨는 이 기계를 관리하는 업체의 직원으로 2013년 6월부터 파견돼 근무 중이었다. 정 씨는 지폐 포장기 앞 손수레에 실려 있던 5000만 원(5만 원권 1000장 1묶음)을 부품상자에 몰래 담은 뒤 “우체국에 다녀오겠다”며 건물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수색, 검색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 씨는 훔친 돈을 집에 놓고 태연히 업무에 복귀했다.

한은 직원들은 정산 작업 중 돈이 부족한 사실을 파악해 100여 대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정 씨가 지폐분류실에서 일하던 18명 중 유일하게 건물을 빠져나갔다가 돌아온 사실을 확인하고 추궁해 자백을 받았다. 직원들은 16일 오후 10시경 정 씨 집을 찾아가 숨겨 놓은 돈다발을 찾아내 회수했다.

경찰은 17일 오전 한은 측 신고를 받고 출동해 정 씨를 긴급 체포했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CCTV 사각지대를 알게 돼 범행을 저질렀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통장에 남은 돈을 넣어놓고 좀 더 넉넉하게 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정 씨는 160만 원 정도 월급을 받으며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공범이 있는지, 또 다른 절도행위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한은은 17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지역본부장 긴급회의를 열어 각 지역본부의 화폐 재분류 업무 과정을 특별 점검하기로 했다. 한은은 이번 사고가 외부 용역업체 직원들을 규정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한은 부산본부에선 1995년에도 낡은 지폐를 골라내 폐기처분하는 업무를 하던 직원이 1만 원권 55장을 몰래 빼내 사용했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장윤정 기자
#한국은행#韓銀#부산본부#현금도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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