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상술도 ‘先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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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예전과 달리 한달 앞질러 ‘수험생 모시기’ 경쟁

달력에 ‘수능 대박’… 52만명, 어제 마지막 학력평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마지막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전국에서 고3 학생 52만여 명을 대상으로 13일 치러졌다.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3학년 학생들이 1교시 시험 문제를 풀고 있는 가운데 창가에 놓인 달력에 ‘11월 12일 수능대박’이라는 간절한 글귀가 적혀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달력에 ‘수능 대박’… 52만명, 어제 마지막 학력평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마지막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전국에서 고3 학생 52만여 명을 대상으로 13일 치러졌다.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3학년 학생들이 1교시 시험 문제를 풀고 있는 가운데 창가에 놓인 달력에 ‘11월 12일 수능대박’이라는 간절한 글귀가 적혀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부기 빠지고 수술 부위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3개월은 걸려요. 대학 입학에 맞추려면 수능 시험 직후에 수술할 수 있게 최대한 빨리 날짜를 잡는 게 좋아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상담실장의 말투는 마치 홈쇼핑 채널의 쇼핑 호스트 같았다. 당장 제품을 사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질 만큼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기자가 전화를 건 곳은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현재 이 병원에서는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상담과 사전 예약이 한창이다. 상담실장은 “많을 때는 하루 10명 넘는 수험생들이 찾아와 상담을 받는다”며 “오래 걸리지 않으니 일단 방문해서 일정을 잡아 보자”고 재촉했다.

다음 달 12일 치러지는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성형외과들 사이에 미리 수험생 고객을 잡기 위한 조기 마케팅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본보 취재진이 지난 주말 강남 일대 성형외과에 문의한 결과 상당수가 수험생들의 사전 예약을 진행 중이었다.

12일부터 수험생 예약을 받고 있는 A성형외과 상담실장은 “수험생은 눈이나 코 어느 부위든 상관없이 수술비용의 40%를 할인해주고 가족도 20% 깎아준다”며 “수능이 끝나고 알아보면 늦으니까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B성형외과 관계자는 “당사자(수험생)는 아무래도 바쁠 테니 대신 어머니가 딸 사진을 여러 장 갖고 와 상담하면 된다”며 “어느 정도 어울리는 스타일을 정할 수 있으니 일단 예약부터 걸어놓자”고 제안했다.

일부 성형외과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사이트나 커뮤니티, 자체 홈페이지 등에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할인 광고를 올려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성형외과들의 때 이른 마케팅은 잠재 고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대목’을 앞두고 미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수능이 끝나고 수험생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등 이른바 수능 마케팅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수능 한 달 전부터 사전 예약을 받는 등 갈수록 과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의 심리를 이용한 제품 마케팅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한 액세서리 제조업체는 지난달 중순 수능 50일을 앞두고 왕관 모양의 반지를 선보였다. 15만 원이 넘는 가격이지만 강남 학부모 사이에 “자녀와 함께 끼면 수능시험에서 대박 날 수 있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 브랜드가 입점한 강남의 한 백화점 매장 직원은 “자녀와 커플링을 하려는 엄마들의 구매가 이어지면서 처음 들여온 물량이 10여 일만에 다 팔렸다”고 말했다.

한 죽 프랜차이즈 업체는 최근 수능 당일 수험생용 도시락 사전 예약을 시작하면서 불고기낙지죽을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불고기와 낙지의 첫 글자를 이어붙인 ‘불낙’을 음이 같은 ‘불락(不落)’과 연결지어 이 죽을 먹으면 시험에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험생과 가족들은 불확실한 입시 결과를 두고 아주 사소한 얘기라도 솔깃해하기 마련”이라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 사람들의 불안감을 활용한 상술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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