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생 강진군 수의사 공무원 ‘0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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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도 1명뿐… 현장 방역 구멍
전염병에 업무 늘어도 처우 열악, “동물병원 차리는 게…” 농촌 기피

23일 현재 전남 나주지역의 축산농가 129곳에서는 닭과 오리 450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계절에 따라 사육 규모는 최대 1000만 마리까지 늘기도 한다. 오리는 전국 생산량의 6∼7%를 차지하는 주산지다. 이 때문에 15일 나주의 한 오리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자 방역당국과 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지자체에 수의사 등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해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남도 등에 따르면 나주시 수의직 공무원 정원은 2명이지만 지난해 10월 1명이 그만두면서 지금까지 1명만 근무 중이다. 1명을 추가로 선발하려 했지만 아예 지원자가 없었다. 군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방역수의사 2명이 있지만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방역업무를 추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주시의 유일한 수의직 공무원인 하명수 AI 방역담당(수의 7급·37)은 “방역대책을 수립하느라 요즘엔 하루 3, 4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며 “월급은 적고 승진은 늦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15일 AI가 발생한 전남 강진군의 상황도 비슷하다. 강진군에는 5년째 수의직 공무원이 없다. 한상춘 강진군 축산경영팀장은 “열악한 농촌 지자체에서 일하는 것보다 동물병원을 차리는 것이 수입이 더 많아 아예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며 “수의직 공무원이 없다 보니 축산농가들에 대한 방역대책을 꾸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공중방역수의사가 1명 있지만 1년 근무한 뒤 희망 근무지로 떠나는 게 관행이다. 현재 일하고 있는 공중방역수의사 역시 고향이 대전이어서 전출을 원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구제역이 기승을 부렸던 강원지역은 더 심각하다. 강원도 내 18개 시군 가운데 원주, 동해, 태백, 속초, 영월, 평창, 화천, 인제, 고성, 양양 등 10개 시군에도 수의직 공무원이 없다.

전국적으로 227개 지자체 가운데 수의직 공무원이 없는 곳은 62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현상은 거의 매년 발생하는 구제역과 AI 등으로 격무에 시달린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문일 전남대 수의대 교수(57·전 수의과학검역원장)는 “공직사회에서 수의직은 대표적인 기피 직종으로 소문났다”며 “농촌 지자체에 수의사가 없으면 지역 실정에 맞는 질병 진단, 예방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해 1차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 광산구에서도 AI 의심 오리가 나왔다. 14일 전남 강진군과 나주시의 오리 농가에서 AI 오리가 발견된 이후 광주 북구와 전남 담양군에 이어 5번째다.

나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원주=이인모 /박재명 기자
#ai#강진군#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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