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음료’ 살인… “발단은 화투판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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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되찾은 1명 “전날 크게 싸워”… 피의자, 사건직후 119에 “사이다 탓”
검찰, 80대 할머니 구속기소

할머니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살충제 사이다’ 사건의 원인은 화투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지검 상주지청(지청장 신영식)은 13일 살충제 사이다 사건의 피의자 박모 할머니(82)를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발단은 사건 전날 화투 놀이였다. 최근 의식을 찾은 A 할머니는 “박 할머니의 속임수 때문에 크게 싸워 화투 패를 던지고 나왔다. 그러고 다음 날인 사건 당일 박 할머니가 평소와 다르게 우리 집에 잠시 들렀다가 마을회관으로 먼저 출발했다”고 말했다. A 할머니가 마을회관으로 가는지 박 할머니가 확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주민은 참고인 조사에서 “두 할머니가 화투 친 날 매우 화가 나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박 할머니의 옷과 지팡이, 전동휠체어 등 21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최초 감식 때는 8곳이었지만 13곳이 추가됐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119구급차의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박 할머니는 1시간가량 현장에 있으면서 별다른 구조 노력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웃 할머니 손자에게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특히 아무도 사고 원인을 모르는데도 박 할머니는 먼저 구급대원에게 “사이다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건 직후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경찰차 안에서는 웃으며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모습도 차량 블랙박스에 찍혔다.

상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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