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신도들 대상 ‘변호사’ 행세해 4억원 뜯어낸 40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7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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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직접 맡진 않는다. 다만 관계자에게 로비해 사건 해결을 도와주겠다.’

사건 수임을 하지 않는 이상한 변호사가 있었다. 하지만 고가의 수입차를 타고 골프를 즐기는 화려한 모습의 그를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았다. 민사 재판에 휘말린 김모 씨(63)는 담당 판사에게 로비를 해주고, 주식 투자를 해주겠다는 그에게 2년간 4억여 원을 건넸다. 그러나 그의 정체는 월 90만 원의 연금을 받는 40대 무직자, ‘가짜 변호사’였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재빈)는 변호사 신분증을 위조해 주변 사람들에게서 55차례에 걸쳐 4억5295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변호사법 위반 등) 이모 씨(46)를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씨는 2013년 12월부터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신도들에게 접근해 ‘구속된 남편을 풀어주겠다’, ‘진행 중인 사건 해결을 청탁해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냈다.

이 씨는 사기 혐의로 두 차례의 실형을 산 경험을 이용했다. 직접 형사 재판과 사면, 그리고 아내의 전 남편과의 이혼 소송 등을 경험하며 법률 지식을 터득한 것이다. 부족한 지식을 보완하기 위해 직접 법을 공부 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것을 의심한 피해자의 제보로 범행이 탄로 났다.

이 씨는 자신이 메르스 환자라며 검찰 체포에 저항하기도 했다. 삼성 의료원을 방문했다며 지역 보건소에 신고해 6월 초 자가 격리 대상이 된 것이다. 세 차례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결국 한 달간의 자가 격리가 해제되고 지난달 8일 이 씨는 검찰에 붙잡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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