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일어나” 유족들 오열… “운전과실땐 中 책임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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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한국공무원 탄 버스 추락]
구자룡 특파원 현장르포 2신

구자룡 특파원
구자룡 특파원
“성실하게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다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사망했는데 이렇게밖에 대우해 주지 않느냐.”

3일 오전 중국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 시의 장례식장인 ‘지안 빈이관(殯儀館)’. 지방행정연수원 연수단의 버스 사고로 숨진 한국인 10명의 빈소가 마련된 이곳에 한국 정부 사고수습팀을 이끄는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이 도착해 조문할 때 유족들은 이 같은 불만을 털어놨다. 1일 사고 발생 후 이틀이 경과했는데 냉동 처리가 안 돼 시신이 부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 차관은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중국 측과 협의해 사고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3일 빈소에는 대부분의 희생자 가족들이 도착했다. 유족들은 “우리 남편이 무엇을 잘못했느냐” “왜 이 외딴곳에서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느냐, 어서 일어나라”며 오열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사고 처리를 맡고 있는 선양(瀋陽) 주재 총영사관은 시신 보존이 가장 시급하다는 데 유족 대표들과 의견을 같이하고 3일 냉동 장비를 구입해 보존 조치를 취한 뒤 창춘(長春) 등으로 옮기기로 유가족들과 합의했다.

영사관 관계자들은 “중국은 장례식장에 시신이 안치되는 기간이 한나절 이상을 넘기지 않기 때문에 웬만한 곳은 냉동실을 갖춰 놓지 않으며 지안은 작은 도시여서 장례식장에 냉동시설이 없다”며 유족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유족들은 사고 원인을 따져보고 운전자 과실이나 도로 사정 등이 원인이라면 중국 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선양총영사관 관계자는 “장례 등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한 후에 이번 연수단의 중국 일정을 진행한 한국과 중국의 여행사 측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고 희생자 처리 과정에 큰 관심을 보이며 지원하고 있다. 3일 빈소에는 차오헝(喬恒) 지안 시장이 찾아와 “지린 성과 지안 시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고 수습 및 처리를 지원하겠다”며 애도를 표했다. 신봉섭 선양총영사는 “지린 성 부성장이 지안까지 와서 처리를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양한인회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한국인이 사건 사고로 사망했을 때 중국 당국이 이번처럼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는 외교부가 공식 브리핑에서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으며 주한 중국대사가 서울에서 조문하기도 했다. 한 교민은 “중국에서 발생하는 한국인 관련 사건 사고가 많은데 희생자가 공무원이 아니어도 이번처럼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는 관영 중국중앙(CC)TV와 지린 성의 지린TV 등이 취재를 나와 중국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이번 사고 처리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전했다. 다만 지정된 중국 언론에는 취재를 개방하면서 한국 언론에 대해서는 “시 선전부의 허가증을 가져오라”는 등의 이유로 빈소 출입을 통제해 ‘역시 중국은 언론 통제 국가’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지안=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국공무원#버스 추락#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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