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2년전 ‘가짜 백수오 검증요청’ 묵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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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 키운 보건당국” 비난 확산
채널A 당시 “가짜 위험” 보도뒤… 한의사協, 2차례 안전성 조사 요청
식약처 “독성검사 의무 없어” 외면… 檢, 내츄럴엔도텍 수사 착수

유해성 논란을 빚고 있는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에 대해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파문이 일어나기 전 대한한의사협회의 안전성 조사 요청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의협은 2013년 10, 11월 두 차례에 걸쳐 식약처에 백수오로 둔갑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이엽우피소의 실태와 위험성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2013년 9월 29일) 채널A 시사교양 프로그램 ‘논리로 풀자’가 백수오의 과대광고와 가짜의 위험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민의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의협은 식약처장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 “이엽우피소는 한약재로 등재돼 있지 않고, 하수오 또는 백수오의 위품으로 유통될 우려가 있다”며 “안전한 식품의 제조·유통과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이엽우피소를 사용하는 사례를 철저히 조사(단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당시 과대광고 단속은 했지만 이엽우피소가 백수오로 둔갑하는 경우와 위험성에 대한 검사는 하지 않았다. 한의협은 “업체들이 가격이 3분의 1 수준인 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둔갑시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는데, 검증을 하지 않은 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수만 가지 물질의 부작용을 모두 밝혀내기는 힘든 일”이라며 “특히 이엽우피소는 식품, 의약품으로 등록된 물질이 아니라서 정부가 독성 여부를 검사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지난달 30일 한국독성학회에 자문해 얻은 결과를 근거로 가짜 백수오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힌 것도 섣부른 발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22일 한 중국 논문을 인용해 이엽우피소가 간독성, 신경쇠약, 체중 저하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해당 논문이 임상시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신뢰도가 낮다. 식용 수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시 식약처의 자문에 응했던 최경철 대한독성학회 학술부장(충북대 수의대 교수)은 “중국, 대만에서 식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할 것으로 보이나, 현재로서는 인체에 유해하다 무해하다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식약처가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다소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여주지청은 소비자원이 제출한 백수오 원료에 대한 성분 분석을 대검찰청에 의뢰하는 한편 회사 측이 이엽우피소를 의도적으로 넣었는지, 이 성분이 인체에 유해한지 등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유근형 noel@donga.com·조동주 기자
#백수오#가짜#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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