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솔빛학교’ 장애학생 고통 언제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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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명 기자·사회부
강성명 기자·사회부
2년 전 가을 부산 솔빛학교에 갔었다. 이 학교가 위치한 곳은 부산의 대표적 공장 밀집 지역인 사상구. 골목마다 화학 약품 냄새가 진동하고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솔빛학교 담은 고무 제조 공장과 맞닿아 있었다. 학교에 들어서자 고무 냄새가 진동했다. 한 교사는 “그나마 가을이라 낫다. 여름엔 정말 힘들다”고 했다.

2003년 개교한 솔빛학교는 사상구와 북구에 거주하는 지적장애 지체장애 학생 144명의 초·중·고교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그런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게 마음 아팠다. 특수학교 수가 부족한 탓에 전학을 가지 못한 아이가 수두룩했다. 교사들의 불만도 컸다. 일반 학교라면 학생들이 모두 전학을 갔거나 아예 문을 열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한 학부모는 “장애 가족을 더 배려해 달라고 하진 않겠다. 다만 장애를 가졌다고, 부모가 힘이 없다고, 아이가 고통 받는 게 너무 서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최근 부산시교육청은 솔빛학교의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렸다고 한다. 공기청정기를 추가 보급하겠다는 게 현재 구상 중인 대책의 핵심이다. 한여름 공기청정기를 틀어놓지 않으면 수업조차 힘들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듯하다. 하지만 그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교사들도, 학부모도 알고 있다.

악취로 코를 틀어막아야 할 정도의 수업 환경이라면 학교를 옮기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부산시와 관할 구청, 시교육청은 “마땅한 대체 용지가 없다”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 100명 넘는 아이들이 고통을 겪는데도 10년 넘게 똑같은 소리다.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김형진 시교육청 대변인은 “용지를 찾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 문제는 솔빛학교 개교 때부터 예견된 것”이라고 했다. 그랬다면 애초 다른 선택을 했어야 한다. 또 대책 마련도 서둘렀어야 마땅했다. 학생 인권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할 시교육청의 태도가 이런 마당에 다른 기관이야 말할 필요가 없다. 장애인이 ‘약한 존재’라서 도와야 하는 게 아니다. 누구라도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제35회 장애인의 날을 보내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장애인을 배려하는 사회를 그려 본다.

강성명 기자·사회부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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