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능 훌리건’에 가짜 성적표 만들어준 범인 잡고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4일 03시 00분


대학 1년생 “용돈 벌자”… 3년간 30개 위조 판매
건당 5만∼10만원… 200만원 수익

서울대 정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거짓 정보로 경쟁자들의 하향 지원을 유도할 수 있도록 수험생에게 ‘가짜 수학능력시험성적표’를 만들어 판매한 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방의 한 대학교 1학년 이모 씨(27)를 공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2012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적표를 최상위권으로 위조해 주겠다”는 광고를 올려 3년 동안 수능 성적표 30개를 위조했다. 그 대가로 의뢰인들에게 건당 5만∼10만 원을 받는 등 200여만 원을 챙겼다.

이 씨의 범행은 위조 성적표를 온라인에 공개한 의뢰인이 경찰에 검거되면서 덜미가 잡혔다. 앞서 황모 씨(24)는 지난해 12월 이 씨로부터 건네받은 위조 성적표를 한 입시 사이트에 올렸다. 황 씨는 “나와 같은 고득점 학생들이 서울대에 지원하니 합격선이 올라갈 것”이라며 하향 지원을 유도했다. 그러나 황 씨 성적표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직인의 글씨체가 정식 성적표에 찍힌 것과 달라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전문가용이 아닌 일반인이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정밀도가 크게 떨어지는 위조 성적표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황 씨로부터 “위조 성적표를 5만 원을 주고 구매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위조업자를 추적해왔다. 이 씨는 전문 위조업자와 달리 자신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와 통장 계좌로 의뢰인과 거래했다. 경찰은 황 씨가 돈을 입금한 계좌를 추적해 이 씨를 찾아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용돈을 벌기 위해 수능 성적표를 위조했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배중 기자
#위조#성적표#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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