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아파트 경비 해고 제로… 성북구의 훈훈한 상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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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개단지 최저임금 적용 두달째
비용 아껴 임금 올리고 직접 고용… 고령 근로자 마지막 일자리 보장
경비원들은 서비스 향상으로 보답

올해 1월부터 공동주택 경비원도 최저임금(시간당 5580원)이 적용되면서 곳곳에서 해고나 위탁업체 교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아파트 단지 경비원 2만1746명 가운데 약 7.5%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런 구조조정 태풍에도 불구하고 서울 성북구 내 123개 아파트 단지에서는 단 한 명의 경비원도 해고하지 않아 화제다.

성북구 내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 중인 경비원은 872명. 최근 성북구가 아파트 경비원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실상 전원 고용이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남규 성북구 주택관리과 팀장은 “근무 실적이 매우 저조해 계약이 해지된 경비원 2명이 있지만 해당 아파트 단지도 전체 경비원 수는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고용 유지되고 임금도 소폭 인상

전체 123개 단지 가운데 임금을 인상한 단지는 38곳(31%)에 이른다. 72곳(59%)은 휴게 시간을 1∼2시간 늘려 임금 인상 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용을 연장하기로 했다. 나머지 단지도 고용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휴게 시간이란 식사를 포함해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시간을 뜻한다. 성북구 내 경비원 평균 휴게 시간은 6.36시간. 점심·저녁식사를 포함한 휴게 시간을 늘림으로써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다. 72개 단지 중 45%는 1시간, 29%는 2시간씩 휴게 시간을 연장했다. 휴게 시간 연장 없이 최저임금을 보장하면 임금이 19% 오르지만 휴게 시간이 1시간 늘어나면 12.4%, 2시간 늘어나면 5.8%만 오른다. 경비원 A 씨는 “물론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이기는 하나 고용이 유지되고 임금도 오르기 때문에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경비원은 고령 근로자의 마지막 일자리


성북구는 전기료를 아껴 경비원 임금을 인상한 석관 두산아파트와 직접 고용으로 비용을 절감한 월곡 동일하이빌뉴시티 등 ‘더불어 살기’를 실천한 모범 사례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성북구 아파트 입주자 대표 30명이 모여 경비직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한 상생 선언을 했다. 다음 달 10일에도 아파트 입주민 대표뿐 아니라 경비원, 경비업체, 구청까지 모여 또 한 번 상생 선언을 한다. 상생 선언에는 관리비 절감을 목적으로 경비원을 감축하거나 경비원의 연령 차별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다. 그 대신 경비원은 자체적으로 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경비원은 고령 남성 근로자가 취업할 수 있는 생애 마지막 직업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성북구 조사에서도 경비원의 93%가 60, 70대로 나타났다. 24시간 맞교대를 하고(99%) 비정규직(94%)으로 고용돼 근로조건도 열악하다. 신민호 성북구아파트입주자연합회 사무국장은 “소일거리가 아닌 생계 수단으로 일하는 분이 대부분”이라며 “경비원 자리에서도 밀려나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서비스를 향상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아파트#경비#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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