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는 고액 연봉자의 연금을 전액 삭감하는 방안이 저소득 하위직 공무원의 연금은 보장하되 소득이 많은 고위직의 연금은 깎는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연금 전액 삭감의 구체적인 기준은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에서 먼저 논의가 필요하다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고액 연봉자의 연금 전액 삭감안은 재정 절감 효과도 있지만 공무원연금을 특혜라고 보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 월 1000만 원 이상 버는 전관 1994명
월평균 소득이 500만 원 이상∼1000만 원 미만인 퇴직 공무원은 1만1094명으로 전체의 17.5%나 됐다. 이들은 연간 평균 1514만 원의 연금을 받았다. 300만 원 이상∼500만 원 미만은 6385명, 100만 원 이상∼300만 원 미만은 3만6117명이다.
특히 판검사 출신 공무원의 소득이 높았다. 월소득 상위 100명 가운데 60명이 퇴직 이후 법조계에 종사했다. 대기업은 10명, 금융업과 세무업은 각각 4명과 7명이었다.
고액 연봉의 기준이 어느 수준에서 정해지느냐에 따라 재취업한 연금 수급자 6만3196명의 희비가 갈리게 된다. 고액 연봉 기준을 1만 원이라도 넘어서는 순간 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중산층 가구 소득(5700만 원)의 2배 수준인 연봉 1억2000만 원 이상을 고액 연봉자로 보고 있다. 직장 근로자 가운데 상위 1%에 해당한다.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월 1000만 원 이상 월급을 받는 1994명의 연금이 전액 지급 정지된다. 연간 연금 지급액은 400억 원 정도라 재정절감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공무원연금 삭감액 기준에 맞춰 전액 지급 정지 기준을 정할 수도 있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5인 이상 사업장 기준)인 329만 원이 넘으면 소득에 따라 연금액의 최고 50%까지 감액한다. 지난해 연금이 삭감된 퇴직 공무원은 모두 1만4565명으로 원래 지급해야 할 연금보다 1647억 원을 덜 지급했다.
○ 국민연금보다 느슨해도 공무원은 반대
이렇듯 기준을 강화한다 해도 여전히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전체 가입자의 월평균 소득인 198만 원보다 많으면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본다. 공무원연금 감액 기준인 329만 원보다 131만 원이나 적다. 소득이 발생하는 동안 지급 첫해에는 연금액의 50%를 감액하고 5년이 지나면 원래대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61세는 50%, 62세는 40%, 63세는 30%, 64세는 20%, 65세는 10%를 깎는다. 지난해 4만7000여 명의 연금이 삭감됐다. 공무원연금과 달리 국민연금은 임대료 수입이 소득에 포함돼 연금 삭감 기준선이 훨씬 낮다고 봐야 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공무원연금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제도이기 때문에 개혁을 요구받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준보다 지나치게 높다면 ‘꼼수 개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본인이 낸 기여금까지 돌려받지 못한다면 이는 재산권 침해이고, 위헌 요소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김성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사회보장의 기본 취지는 노후에 소득을 상실했을 때 국가가 이를 보장해주는 것”이라며 “소득이 충분해서 연금 지급을 중지하는 것이라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평생 연금을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있는 기간만 정지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연금을 감액하는 기준(329만 원)은 강화하고 지급을 중단하는 기준은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공무원연금 감액 기준선인 329만 원을 낮춰 연금을 깎는 수급자 수를 늘리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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