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병원 고위공무원, 女직원 성추행… 병원측 “계속 다니려면” 피해자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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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남편이 감사실에 진정서… 병원측 대책회의 뒤 사건덮기 의혹

국립경찰병원의 일반직 고위공무원이 여직원을 성추행하고 병원 측은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 여직원이 병원 측에 제출한 징계건의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경찰병원 치과 소속 치위생사인 A 씨(여)는 회식 자리에서 외과, 정형외과, 치과 등 13개 과를 담당하는 B 씨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감자탕 집에서 1차로 식사를 마친 이들은 취한 상태에서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잔이 계속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성추행이 시작됐다고 한다. B 씨는 직속 상사에게 “진료를 잘하지 못한다”는 질책을 듣고 울고 있던 한 여성 수련의를 달래준다며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것. 깜짝 놀란 수련의가 손을 빼며 저항하자 B 씨는 A 씨에게 다가가 A 씨의 이름을 부르며 볼에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사이 B 씨는 한 차례 더 입맞춤을 했다. A 씨는 당직을 서고 있던 선배에게 울면서 이 사실을 알렸다.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 병원 측은 대책회의를 열고 사건을 덮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근한 A 씨를 사무실로 부른 상사는 B 씨가 있는 자리에서 “병원 길게 다닐 것 아니냐”며 “양심껏 행동하라”고 말했다. B 씨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사과하지 않았다. A 씨는 이날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병가를 냈다.

지난달 26일 A 씨의 남편은 경찰병원 감사실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A 씨는 경찰청 인권센터에도 성추행 사실을 신고해 이달 2일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A 씨는 “직속 상사는 ‘B 씨가 단순히 술 마시고 실수한 일을 너무 크게 만들고 있다’며 나를 ‘이상한 애’라고 지칭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일부 있다”면서도 “피해자가 가해자들의 형사처벌까지는 바라지 않아 입건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본보는 B 씨의 얘기를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박성진 psjin@donga.com·황성호 기자
#경찰병원 고위공무원 여직원 성추행#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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