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朴대통령님, 복원된 황새 방사식에 참석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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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박사’ 박시룡 교원대 교수, 9월 ‘야생 복귀식’에 참석요청 서한
“중일러 3개국 영부인도 초청할것”

“박근혜 대통령님을 한반도 황새 야생 복귀식에 모시기를 소원합니다.”

국내 유일의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 복원 연구기관인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박시룡 원장(63·생물학과 교수·사진)은 최근 박 대통령에게 올해 9월 3일 충남 예산에서 열리는 황새 야생 복귀식에 참석할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27일 밝혔다. 박 원장은 1996년부터 20년 가까이 국내에서 멸종한 황새를 복원하기 위해 외길을 걸어왔다.

박 원장은 편지에서 “1971년 4월 1일자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에 한반도에 살았던 마지막 황새가 충북 음성군에서 총에 맞아 죽은 사건이 보도됐다. 당시 생물학도였던 저는 우리 생태계의 죽음을 고한 치욕적 사건으로 기억하고, 19년 전 러시아로부터 한반도에 살았던 같은 혈통의 황새 21마리를 도입해 현재 157마리까지 증식시켰다. 그리고 9월 3일 한반도 자연사에 새로운 장을 열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어 “황새는 생물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담수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류”라며 “무분별한 농약 사용 등의 이유로 황새가 사라졌지만 충남 예산 농민들은 황새가 논에서 살 수 있는 생물 다양성 조성 농사(일명 황새생태농법)를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황새 야생 복귀가 실현되면 예산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농민들이 황새생태농법을 도입하고, 이는 한반도 농업의 대혁신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이웃 일본은 자국의 황새 복원 사업에 일왕과 왕자 부부, 총리 부인까지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가 비록 일본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국내에서 방사한 황새가 일본으로 날아가 일본 황새 개체군 유전자 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박 대통령이) 북한에 제안한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 사업에 한반도 황새 야생 복귀 사업을 연관한다면 남북한이 황새를 통해 하나가 되는 통로가 될 것”이라며 “망가진 한반도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은 지자체장의 힘으로만 이뤄질 수 없기에 대통령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편지에 썼다.

박 원장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일본이 과거 황새 방사식을 할 때는 왕실에서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 국민적인 관심이 모아졌으며, 효고(兵庫) 현 도요오카(豊岡) 시는 1965년부터 황새 복원 사업을 벌여 지금은 11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황새의 춤’이라는 농산물 브랜드가 나오고 맨홀 뚜껑에까지 황새 문양을 새기는 황새 도시로 변모해 관광객이 넘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도 이 같은 생태 복원의 모델을 만드는 것에 전 국민적 관심이 필요해 대통령께 편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황새 분포권에 있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3개국의 대통령 영부인에게도 참석을 요청하는 편지를 대사관을 통해 보낼 것”이라며 “한-중-일-러 공동협력 네트워크를 제정하고 동북아시아 황새의 이동 생태계 복원이 이루어지면 황새가 4개국의 평화와 번영의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달부터 충남 예산 지역 초중고교생들이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하는 편지를 연속적으로 보내는 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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