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대거 몰려든 신촌 솔로대첩 대성공?… 기자가 체험해 보니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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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2월 24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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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기자 y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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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리스마스만큼은 제발!’

솔로 청춘 남녀 1200명이 신촌 일대에 집결했다. 신촌은 그야말로 ‘청춘사업’으로 뜨거웠다.

지난 20일 ‘새마을미팅프로젝트(이하 새미프)’는 지역상권을 살리고 참가자들에게 연말 연애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대규모 미팅 프로젝트 ‘솔로대첩’을 개최했다.

기존의 솔로대첩이 ‘남자 반 비둘기 반’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면 이번에는 확실히 달랐다. 신촌 솔로대첩 당일 여성 참가자들의 모습이 눈에 더 띈 것이다. 남성 참가자들은 당연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새미프는 지난달 28일 참가자 모집을 시작했고 선착순 접수 하루 만에 목표 신청자 1000명이 마감됐다. 연령대는 20세부터 35세였다. 참가비는 남성 3만 9000원, 여성 3만 5000원이었다. 새미프 측은 사람들의 호응에 힘입어 남녀 100명 추가 모집을 했고 이 또한 조기마감됐다.

신촌 솔로대첩 운영 방식은 이렇다.
행사 전 참가자 확인 후 2인 1조로 팀을 꾸려 새미프에서 정해준 식당으로 이동한다. 이후부터 맘에 드는 이성을 찾아 2인 1조로 움직이며 자유롭게 지정된 음식점 18곳을 찾아 이동한다.

기자도 이들과 함께 이동해봤다.
‘무작위 미팅 방식’으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호기심과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연령대가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모 씨(30·여)는 “방금 만난 남성분들이 20살이었다. 너무 어려서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바로 일어났다”고 말했다. 다른 김모 씨(28·여)는 “음식점 마다 연령대별로 모일 수 있게 했다면 나이 차이가 너무 나는 상대를 만나지 않을 것 같다. 괜히 움직이는 시간만 빼앗긴다”고 하소연했다.

이용우 기자 y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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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새미프 주최 측은 “그것도 하나의 운이다. 나이까지 맞춰주길 바란다면 결혼 정보회사에 가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답변했다.

이런 단호함 때문이었을까. 주최 측의 ‘운’만 믿고 참석한 일부 참여자는 성비 균형이 맞지 않는 음식점에서 이성 참가자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여성 참가자 6명이 남성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기이한 현상도 보였다.

또다른 잡음도 있었다. 새미프 측은 ‘캐미스트리’ 앱을 통해 음식점별 남녀 대기자 현황을 제공하고 성비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달랐다. 한 여성 참가자는 “주최측이 앱을 통해서 알아서 찾아가라는 건 무책임하다. 진행 요원들이 알아서 성비 균형을 맞춰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울러 문제점도 있었다. 상대가 맘에 들지 않을 경우 아무런 제한 없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이 남는 사례도 많았다.

A 음식점 사장은 “예상보다 음식이 많이 남는다”며 “손님들이 손만 대고 남기다 보니 다 버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B 음식점의 경우 남은 음식들로 하수구가 막혀 골치를 앓고 있었다. 이 음식점 사장은 “2인분의 음식을 내놓고 있지만 사람들이 음식보다도 미팅에 집중하다 보니 대부분 남기고 일어난다”고 밝혔다.

이용우 기자 y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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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새미프 측 관계자는 “업체와 이야기할 때 4명 기준에 2.5인분만 내놓기로 합의를 봤다”면서 “최대한 음식을 남기지 않는 쪽으로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기존 솔로대첩과 달리 여성팀이 남성팀을 기다리는 보기드문 현상을 일으킨 새미프 행사에는 예약자 중 90% 이상이 참여해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또한 행사는 전체적인 성비 비율을 맞춘 점에서 우선 합격점을 줄만하다. 그러나 대규모 인원이 몰리면서 미흡한 점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기자가 본 신촌 솔로대첩은 ‘미생’의 청춘 프로젝트였다.

음식점에서 마냥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주로 그랬다. 주변 상권 살리기 일환으로 벌어지다 보니 필연적일 수는 있겠지만 ‘솔로대첩’이라는 행사의 주된 측면에서 미팅 프로젝트는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비춰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새미프 측은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개선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도깨비뉴스 이용우 기자 yw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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