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폭행-시신이동 흔적 없어… 타살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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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최종 수사결과 발표… 시신 발견 최소 10일전 숨져
사인 불명확… 저체온증 추정
별장서 연수원 찾아가다 포기한듯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이 타살됐을 가능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백승호 전남지방경찰청장은 19일 오후 2시 순천경찰서에서 “타살의 증거나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 타살 증거는 없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 전 회장이 입고 있던 내복 팬티 등 의류 7점이 흉기나 충격으로 손상됐는지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의류 7점에선 예리한 흉기에 찔리거나 둔기로 맞았을 때 생기는 흔적인 섬유 손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가 범죄로 숨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과수는 유 전 회장 시신을 두 차례나 부검했지만 골절이나 독극물 복용 등의 범죄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 전 회장이 평소 “체온 관리를 해야 몸이 건강하다”며 항상 내복과 모자를 착용했다는 주변 진술을 확보했다. 강신몽 가톨릭대 교수는 “유 전 회장이 내복을 입었지만 (야외에 오래 머물면서)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 같다”고 추정했다. 휴대전화와 지갑을 갖고 다니지 않던 유 전 회장이 은신처인 ‘숲속의 추억’ 별장을 벗어난 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과 연락이 끊긴 채 끼니를 거르며 주변을 배회하다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강 교수 등은 유 전 회장의 시신과 수풀 상태를 감안하면 누군가가 시신을 옮긴 흔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물병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소주병 2개의 주둥이 부분에서 유 전 회장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유 전 회장이 신고 있던 신발 바닥 흙과 변사 장소 흙도 동일했다. 이는 사망한 뒤 시신이 옮겨지지 않았다는 유력한 증거로 경찰은 보고 있다.

○ 유병언 전 회장 홀로 헤매다 숨진 듯

경찰은 유 전 회장이 5월 26일 숲속의 추억을 벗어나 국도 17호선 옆을 흐르는 계곡을 따라 구원파의 옛 모임 장소인 A연수원(경찰은 구 순천교회로 지칭)으로 가려 했던 물증들을 발견했다. 경찰은 숲속의 추억 별장에서 남쪽으로 2km 아래 깨밭에서 유 전 회장이 소지했던 미네랄 생수병을 찾아냈다. 또 인근 철쭉밭에서 유 전 회장이 갖고 있던 것과 동일한 비료포대도 발견했다.

경찰은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5월 28, 29일 순천시 서면 학구삼거리 인근에서 배회하는 등의 폐쇄회로(CC)TV 동영상 5개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S식당에서 촬영된 동영상 3개는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28일 오전 3시 20분부터 32분 동안 계곡을 통해 A연수원 쪽으로 세 차례 이동하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유 전 회장은 A연수원에 가지 못한 채 헤매다 끝내 숨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유 전 회장의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 변사 장소에서 곤충을 채집, 분석해 국과수 등에 맡겼다. 그 결과 유 전 회장의 사망 시기는 6월 2일 이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병화 고려대 생태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시신에 눌려 있던 풀, 이삭 상태를 분석한 결과 6월 12일 시신이 발견되기 10여 일 전에 유 전 회장이 숨졌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유병언 사망 수사결과#유병언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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