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과일도매상 류재석 씨
외국인 근로자들에 10년째 과일기부… 1년 5, 6차례 1t트럭 분량 전달
류재석 씨는 2004년부터 다문화 가정 등에 제철 과일을 기부하고 있다. 류 씨가 6월 광주 외국인근로자지원단체에 수박 200통을 기부하는 모습.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제공
시장이나 대형할인점, 동네 가게 등 곳곳에 넘쳐 나는 게 과일이지만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과 외국인 근로자, 이주여성들은 제때 사먹기가 쉽지 않다. 가격도 만만치 않고 제철 과일을 꼬박꼬박 챙겨 먹을 만큼 정보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10여 년 동안 제철 과일을 기부해 온 과일가게 주인이 있다. 주인공은 광주 북구 각화동 농산물도매시장 상인 류재석 씨(61)다. 류 씨는 말복인 7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 수박 800통을 돌렸다. 러시아 등지에 흩어져 살다가 이 마을에 모여 사는 고려인이 2000여 명이라는 것을 감안해 가정마다 수박 1통씩을 나눠준 것이다. 수박을 받아든 우즈베키스탄 출신 텐올가 씨(62·여)는 “무더위에 수박을 먹고 싶었으나 생각보다 비싸 선뜻 사지 못했는데 이렇게 수박을 보내주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수박은 장마와 더위에 지친 고려인마을 주민들에게 잠시 웃음을 선사하고 고국의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한 소중한 선물이 됐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류 씨가 항상 관심을 갖고 수시로 과일을 보내줘 광주에 정착해 살려는 고려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씨는 6월 중순에는 광주 외국인근로자지원단체에 수박 200통을 기증했다. 공장이나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수박을 먹고 싶지만 가격이 비싸 구입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 수박을 보내준 것이다. 이 수박은 광주 하남공단에 있는 아프리카난민센터, 네팔인공동체, 베트남공동체, 필리핀공동체에 골고루 나눠줬다. 더운 나라에서 왔지만 무더위와 향수병에 시달리던 외국인 근로자들은 수박을 먹으며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류 씨는 30년 넘게 과일을 판매해 온 도매상이다. 그는 2004년 이천영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소장(54)의 요청을 받고 다문화가정에 과일 선물을 처음 시작했다. 이후 1년에 대여섯 번씩 다문화가정은 물론이고 외국인 근로자, 고려인마을에 계절에 따라 자두, 수박, 사과 등 제철 과일을 기부하고 있다. 기부하는 과일은 한 차례에 보통 1t 트럭 한 대 분량이다. 추석이나 설 명절 때는 농산물도매시장 동료 상인들과 함께 온갖 과일을 모아 건네고 있다.
류 씨는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좋아 과일 기부를 해오고 있다”며 “기부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았는데 외국인 단체에서 감사의 글을 계속 올려 알려지게 됐다”며 쑥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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