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생활비 간섭 남편, 정신병원 보낸 아내…파탄 책임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6일 1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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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사는 심모 씨(78)는 수십억 원대의 부동산을 가진 '자산가'이자 '구두쇠'였다. 그는 은행 지점장으로 퇴직한 뒤 가족에게 "물, 전기를 아껴 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심지어 "집 전화로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지 말라"며 통화 내역과 횟수, 통신비까지 분석해아내를 나무라기도 했다. 40년 동안 이어진 남편의 닦달에 지친 부인 한모 씨(76)는 결국 2006년 말 집을 나갔다. 심 씨는 지나친 생활비 간섭을 사과하며 아내에게 돌아올 것을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5년 넘게 별거 중이던 한 씨가 집에 돌아온 건 남편이 15억 상당의 부동산을 친동생에게 증여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나서였다. 한 씨는 남편이 혹시나 남은 재산도 형제들에게 나눠주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결국 미혼인 둘째 딸과 함께 2011년 3월 심 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 하지만 심 씨는 입원서류가 부족해 2주 만에 퇴원했고, 이후 딸을 존속감금죄로 고소하고 아내에겐 이혼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판사 이승영)는 심 씨 부부가 서로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혼인 파탄의 책임을 남편에게만 있다고 본 1심을 취소하고 재산 분할 비율은 남편과 아내 각각 75%, 25%로 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남편은 지나친 절약 생활과 권위적인 사고 때문에 부인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줬고 부인은 남편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큰 충격을 줬다"며 혼인 파탄의 책임은 양쪽 모두에 있다고 판단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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