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시 심야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첫날, 스카우트 동행해보니

  • 동아일보

“집까지 바래다 줄까요” 하니 깜짝 놀라 거절도

3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서울시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주택가 골목을 순찰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3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서울시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주택가 골목을 순찰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안녕하세요.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입니다. 집까지 바래다 드릴까요?”

3일 오후 10시 35분경 서울 도봉구 방학2동 도깨비시장 앞 버스정류장. 1126번 시내버스에서 내린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에게 노란색 조끼를 입고 경광봉을 든 안심귀가스카우트 최순화 씨(43·여)가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이라는 이 학생은 “원래 엄마가 마중 나오시는데 오늘은 안 나오셨다”며 귀가 동행에 응했다. 최 씨와 주지돈 씨(68)는 학생보다 2∼3m 뒤에서 따라 걸었다. 이용자가 불편해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이 있는 도로변을 지나자 으슥한 골목이 나왔다. 최 씨는 “여기가 북한산 자락이어서 공기는 좋지만 밤에 여자 혼자 다니기엔 위험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10분 정도 걸어 학생의 집에 도착했다. 마침 어머니가 집 앞에 나와 있었다. 학생의 어머니는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최 씨는 “다음에도 혼자 집으로 올 일이 있으면 미리 다산콜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청하라”고 말한 뒤 다음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밤부터 시작된 서울시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는 종로구와 중구 성동구 마포구 등 15개 자치구에서 495명이 활동하고 있다. 혼자 귀가하는 여성이면 오후 10시에서 다음 날 오전 1시 사이 귀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에 다산콜센터(120번)에 전화해 서비스를 신청한 뒤 정류장에서 안심귀가스카우트 2명을 만나 함께 집까지 가는 방식이다.

다만 이날은 서비스 시작 첫날인 탓에 미리 전화로 신청을 한 여성은 없었다. 이 때문에 최 씨와 주 씨는 정해진 구역을 돌다가 혼자 귀가하는 여성들을 만나면 안심귀가스카우트 서비스를 알리며 동행했다.

기자가 안심귀가스카우트와 함께 다녀보니 밤늦은 시간에 혼자 귀가하는 여성들을 예상보다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술을 마신 상태였고, 통화를 하거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사람도 많아 범죄에 더욱 취약해 보였다. 안심귀가스카우트가 다가가 집까지 바래다 주겠다고 하면 깜짝 놀라거나 거절하는 사람도 있었다. 최 씨는 “아직 서비스를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며 “알려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안심귀가스카우트의 또 다른 업무는 주택가 순찰이다. 경찰이 순찰하기 힘든 골목들을 도보로 다니며 점검하는 것이다. 이날도 두 사람은 놀이터, 체육공원은 물론이고 주택 외부 주차장 뒤편 등을 구석구석 순찰했다. 주 씨는 “우리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쉬지 않고 다니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전 1시까지의 순찰을 마친 뒤 방학2동 안심귀가스카우트 6명이 한자리에 모여 이날 있었던 경험을 나눴다. 손홍종 씨(54)는 “오늘 한 젊은 여성을 바래다 주는데 골목에서 20대 남성 2명이 튀어나오다가 우리를 보고는 다시 골목으로 들어갔다”며 “우리가 없었으면 무슨 일이 있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손 씨는 “2인 1조 중 1명에게라도 전기충격기 같은 호신장비를 지급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안심귀가스카우트들은 호루라기와 경광봉 외에 별도의 호신장비를 갖고 있지 않다. 안심귀가스카우트는 주 5일 하루 3시간 근무에 월 62만 원을 받는 공공근로다.

“노란 조끼를 입은 우리가 먼저 다가가 ‘바래다 드릴까요’라고 물어도 놀라지 마세요. 우린 여러분의 보디가드입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여성안심귀가#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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