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23기중 10기 가동 중단… 8월 전력 200만kW 부족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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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블랙아웃 비상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부품이 확인돼 일부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력수급에 초비상이 걸렸다. 문제가 된 제어케이블을 전부 교체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 걸려 더위 때문에 전력수요가 많은 7, 8월까지 전 국민이 심각한 전력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정승일 에너지산업정책관은 28일 “전력수급이 6월 초에는 아슬아슬하고 8월 초에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여름에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28일부터 9월 말까지를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산업부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전력수급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불량 부품이 사용된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가동을 즉각 중단하도록 했다. 각각 100만 kW 용량인 원전 2기가 멈춰 200만 kW의 전력공급이 당장 줄어들게 된 것. 또 계획예방정비를 거쳐 조만간 다시 가동될 예정이었다가 재가동 시기가 미뤄진 신고리 1호기까지 포함하면 총 300만 kW의 전력공급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미 계획예방정비와 고장 등의 이유로 멈춰 있던 8기와 이날 가동이 중단된 2기 등 10기의 설비용량은 771만6000kW로 전국 원전 23기 용량(2071만6000kW)의 37%. 2012년 기준 국내 총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30%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전 10기가 공급하는 전력은 전체 전력공급량의 10%가 넘는다.

박성택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은 “이번 주초에는 비가 오면서 기온이 내려가 예비전력이 600만 kW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장 주 후반부터 예비전력이 100만∼200만 kW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산업부는 올여름 전력수요가 피크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8월 둘째 주 최대 전력수요를 약 7900만 kW로 예상하고 같은 기간 공급능력을 지난해(7708만 kW)보다 300만 kW 정도 많은 8000만 kW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원전가동 중단으로 피크타임의 공급능력이 지난해와 비슷한 7700만 kW로 낮아졌다. 따라서 8월 둘째 주가 되면 예비전력이 200만 kW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과장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전력부족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 등 비상사태가 닥칠 수 있다”면서 “당장 원전가동 중단으로 생긴 전력공백을 메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상당한 수요 감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한진현 산업부 2차관은 에너지관련 기관장 및 14개 업종별 단체 대표들을 만나 “올여름 사상 초유의 전력난이 불가피하다”며 전력 수요 감축에 산업계가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고장 수리 중인 울진 4호기, 영광 3호기 등의 재가동을 서두르는 한편 건설 중인 원전의 준공 일정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또 산업체를 중심으로 휴가 분산, 조업 조정 등의 대책을 강력히 시행하고 에너지 과소비 단속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원전#전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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