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21년만에 재심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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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檢재항고 기각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9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심하기로 결정했다.

1991년 5월 8일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던 김기설 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서강대 본관 옥상에서 분신 투신했다. 옥상에서는 유서 2장이 발견됐고, 검찰은 김 씨의 동료이자 당시 전민련 총무부장이던 강기훈 씨를 유서 대필 혐의(자살방조)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강 씨가)반정부 투쟁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킬 목적으로 김기설 명의의 유서 2장을 작성해 분신자살을 방조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1994년 8월 만기 출소했다.

하지만 조작설이 끊이지 않고, 숨진 김 씨 아버지가 “아들의 글씨가 맞다”고 증언하면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권고했다. 이에 2009년 9월 서울고법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지만 검찰이 항고하자 대법원은 3년 넘게 재심 여부를 판단해 왔다. 유서대필 의혹을 받은 강 씨는 올 5월 간암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필적이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과 매우 유사해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렸다. 1894년 프랑스 육군의 드레퓌스 대위는 독일에 군사 정보를 팔았다는 혐의로 체포돼 반역죄로 종신유배형을 받았다가 지식인들의 저항으로 10년 만에 재심을 받고 무죄 석방됐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강기훈 유서대필#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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