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9900원이면 대법원-국세청 출입증 사본 다운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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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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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증 위조 무방비

소 잃고 나서야… 정부청사 보안검색 365일 운영 출근길 직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보안검색대를 지나고 있다. 14일 우울증에 시달리던 김모 씨가 청사에 침입해 불을 지르고 투신자살한 사건이 일어난 뒤 정부는 15일부터 평일 근무시간에만 운영하던 금속탐지기와 보안검색대를 24시간 운영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는 자동인식 출입시스템(스피드게이트)을 전 청사 입구에 설치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소 잃고 나서야… 정부청사 보안검색 365일 운영 출근길 직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보안검색대를 지나고 있다. 14일 우울증에 시달리던 김모 씨가 청사에 침입해 불을 지르고 투신자살한 사건이 일어난 뒤 정부는 15일부터 평일 근무시간에만 운영하던 금속탐지기와 보안검색대를 24시간 운영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는 자동인식 출입시스템(스피드게이트)을 전 청사 입구에 설치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부중앙청사에 침입해 불을 지르고 투신자살한 김모 씨(61)가 사용한 위조 출입증은 전문 제조업체에서 제작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각종 공문서나 출입증 양식을 내려받을 수 있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주 접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8월에는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료 회원으로 등록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김 씨가 이 사이트에서 신분증과 출입증 양식을 확인한 뒤 전문 업체에 위조 출입증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15일 김 씨가 이용했다는 사이트에서 ‘출입증’ ‘신분증’ 등으로 검색해 본 결과 각종 정부부처 신분증 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달에 9900원을 내면 이렇게 검색한 국토해양부나 대법원의 청사 출입증, 국세청 출입증 규격 양식 등 정부부처 출입증을 화면으로 보거나 내려받을 수 있었다.

김 씨가 이용했던 사이트 외에도 돈을 받고 출입증 양식을 제공하는 사이트들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쉽게 검색됐다. 여기에 일부 공무원이나 사기업 직원들이 무심코 온라인에 올린 자신의 신분증 사진이 디자인이나 규격 등을 알려주는 셈이 돼 위조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개인이 편집해 만든 출입증이나 신분증을 전문 제작업체들이 의심 없이 만들어 주는 경우도 있어 김 씨 사건처럼 범죄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은 자체 홈페이지나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버젓이 사원증을 만들어 준다고 광고도 한다. 사기업 사원증 제작 방법과 비용을 문의하자 출입증 제작 업체 관계자는 “바코드나 보안용 칩이 없는 일반 플라스틱(PVC) 재질의 사원증은 장당 4000원 정도면 만들 수 있는데, 추가 금액을 내면 목 끈과 끈에 들어가는 마크 등도 원하는 대로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왜 출입증이 필요한지 그 회사의 직원이 맞는지는 묻지 않았다.

이렇게 가짜 사원증이나 출입증을 만드는 것은 모두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사용하다 적발되지 않는 한 처벌을 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개인적으로 만들어 소지하고 있는 것을 일일이 찾기 어렵고, 단순히 양식을 내려받게 하는 건 처벌 규정이 없는 탓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신분증을 만드는 것은 공문서나 사문서 위조(각각 10년 이하, 5년 이하의 징역형)에 해당하며 실제 사용하면 행사죄도 추가된다”며 “하지만 적발이 어렵고 단순히 사원증 양식을 내려받기만 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도 없어 단속에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정부중앙청사#방화사건#위조 사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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