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먼지 하나라도…” 39명 투입 샅샅이 뒤졌다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 서울시, 배짱영업 단속 현장

취재진 막는 코스트코 서울시가 10일 의무휴업일을 지키지 않은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 3곳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여 압박에 나섰다. 이날 영등포구 양평점에 단속반과 동행 취재하려는 기자들을 코스트코 관계자(가운데 안경 낀 남성)가 막아서자 취재진이 휴대전화를 꺼내 이를 촬영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취재진 막는 코스트코 서울시가 10일 의무휴업일을 지키지 않은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 3곳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여 압박에 나섰다. 이날 영등포구 양평점에 단속반과 동행 취재하려는 기자들을 코스트코 관계자(가운데 안경 낀 남성)가 막아서자 취재진이 휴대전화를 꺼내 이를 촬영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서울시와 영등포구에서 합동 점검 나왔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합동단속반)

10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코스트코 양평점에 서류더미를 든 양복 차림의 공무원 10여 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한가롭게 카트를 밀며 쇼핑을 즐기던 주부들은 놀라 뒷걸음질쳤다.

코스트코 측은 공무원증을 일일이 확인하며 단속반을 제외한 취재진 등 다른 관계자들의 입장은 철저히 막았다. 코스트코 직원들은 “단속 공무원을 제외한 취재진은 들어갈 수 없다”면서 “사진 촬영도 안 되니 나가 달라”며 제지했다.

휴일 의무휴업을 둘러싼 지자체와 대형마트 간의 갈등이 마침내 ‘불복과 징벌적 행정단속’이란 볼썽사나운 형태로 맞붙었다. 과태료를 부과해도 여전히 의무휴업일을 지키지 않는 코스트코에 맞서 서울시가 마침내 칼을 뽑은 것. 시는 이날 소방 식품 건축 가격표시 디자인 교통 등 8개 분야에서 ‘먼지 하나라도 찾아내라’는 식으로 철저하게 단속에 나섰다.

○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가 10일 코스트코 양평점에서 옥내 소화전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가 10일 코스트코 양평점에서 옥내 소화전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서울시는 자치구와 합동으로 미국계 대형할인점 코스트코 3곳(양평 양재 상봉점)에 대해 3개조 39명의 단속반을 투입해 집중단속을 벌였다. 위생 점검을 위해 시식 코너에 줄지어 서 있는 주부들 사이를 뚫고 냉장고기의 포장상태와 유통기한 등을 점검하는가 하면, 소방 점검을 위해 비상구 등은 물론이고 소화기 충전 상태까지 일일이 점검했다.

시는 이날 3시간에 걸쳐 총 41건을 적발했지만 중랑구 상봉점에서 자체위생관리기준을 지키지 않아 과태료 50만 원이 부과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비상계단 조명등이 꺼져 있고 엘리베이터 표시등이 고장 났다는 정도다. 이날 서울시의 집중단속이 큰 효과가 없으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해당 점포는 이미 시와 구에서 정기적으로 관련 점검을 받고 있었기 때문. 시는 조리용 칼 도마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미생물 검사를 의뢰하고 영업장 내 돼지고기와 쇠고기도 수거해 검사를 맡겼다.

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의무휴업일인 14일에도 코스트코가 영업을 재개하면 2차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한마디로 ‘누가 이기나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시와 코스트코 사이의 기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 “정당한 법 집행” 대 “과잉단속”

일각에서는 “국내 규정이나 사회정서를 무시하는 코스트코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서울시가 과도한 공권력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이날 코스트코 집중단속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진 적법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강희은 시 소상공인지원과장은 “코스트코는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위반한 첫 사례”라며 “영업제한을 준수해 달라고 2차례나 본사를 방문해 당부했지만 별 반응이 없었고 영업이익에 비해 과태료 3000만 원은 제재 수위가 약하기 때문에 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과장은 “단속부서에서 검토한 결과 단속횟수에 제한이 없고 시나 구에서 자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어 법적 한도를 벗어난 과잉 단속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코스트코의 배짱 영업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트코는 지난달 각 매장이 속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정부 정책(영업제한)을 따르다 보니 오히려 소송을 낸 다른 업체에 비해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며 “영업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주 일요일 문을 열겠다”고 통보했다. 애초에는 의무휴업일을 지켰지만 다른 업체가 소송을 통해 영업을 재개한 게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 의무휴업 규정도 허점

이번 충돌에는 의무휴업일을 규정한 각 자치구의 조례가 절차적으로 미비한 점도 한몫했다. 1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공포되자 각 지자체는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 제한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영업제한 조례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6월 대형마트 손을 들어줬다. 영업시간 제한은 가능하지만 지자체 조례가 상위법을 침해할 수 있는 절차상 문제로 영업규제 처분을 취소하라는 것.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줄줄이 조례개정에 들어갔다. 문제는 소송에 참여한 대형마트는 영업을 재개할 수 있지만 코스트코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 의무휴업일을 여전히 지켜야 한다.

이날 양평점에서 쇼핑을 하던 주부 박모 씨(37)는 “법을 지키지 않아 처벌을 하려는 건 이해하지만 눈에 불을 켜고 꼬투리를 잡으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차라리 과태료를 더 많이 부과한다거나 영업매출에서 일정 부분을 환수하는 방법처럼 관련법이나 규정을 고쳐 제재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코스트코#집중단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